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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쿠르상 두 번 수상' 로맹가리의 마지막 회고록

■ 내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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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한두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작가다. 그렇기에 때론 그의 삶이 그의 작품보다 더 유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인 그는 훈장을 탄 전쟁 영웅, 외교관, 소설가, 영화감독에 이르는 다양한 삶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살아왔다.

프랑스인답게 숱한 연애 편력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는데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하며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추앙받은 진 세버그와 24살 차를 뛰어넘은 로맨스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작가로서의 삶은 신화에 가깝다. 1956년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을 받은 로맹 가리는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자기 앞의 생'으로 두 번째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 규정을 가진 공쿠르상이다.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였다는 사실은 로맹 가리가 권총 자살한 지 1년 뒤인 1981년 7월 로맹 가리가 생전 집필해둔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 출간되고 나서야 비로소 밝혀진다. 세상은 그때 서야 두 명의 걸출한 작가를 동시에 잃었음을 알고 다시 한 번 슬픔에 잠겼다.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 로맹 가리가 자살하며 남긴 쪽지의 마지막 문구가 새삼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으리라.

'내 삶의 의미'는 로맹 가리가 생을 마감하기 몇 달 전 '말과 고백'이라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구술한 내용을 글로 옮긴 책이다. 이 방송을 촬영한 후에 작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마지막 회고록인 셈이다.



어쩌면 이미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을 작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내 삶에 대해 얘기를 해보라지만 나는 내가 삶을 산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살면서 선택권을 가지지 못했던 나로선 오히려 삶이 우리를 소유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연 작가는 러시아, 폴란드, 프랑스, 미국 등 4개의 문화권을 거쳐 살아왔던 어린 시절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 전쟁의 경험,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 이야기, 언론과 대중이 만든 환상과는 다른 실제 로맹 가리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그는 '작가는 자신의 최고의 것을 책 속에 담고 그 나머지 한 무더기의 보잘것없는 비밀은 홀로 간직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보잘것없는 비밀'이라고 감춰뒀던 빛나는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1만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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