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자 선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기존 사업자의 탈락으로 '5년 사업권'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면세점 제도 개선안마저 오리무중이 됐다.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조세소위 논의 과정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제도 개선안의 틀이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년 사업권 논란을 보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다시 살펴봤다. 개선안의 핵심은 현행 사업자에 대한 독과점 규제다. 지난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열린 공청회의 주제는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을 통한 면세점 산업 육성'이었다. 현행 시장구조를 보면 독과점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업체별 매출을 보면 롯데가 전체 시장의 50.8%, 신라가 30.5%를 점유하고 있다. 상위 두 업체가 전체 시장의 81.3%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다.
KIEP는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면세점 매출 30% 이상인 업체 입찰 제한 △시장점유율 1~3위 업체를 사업자평가 때 감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업체들의 과다한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으로는 △매출액 대비 0.05%인 면허수수료를 0.5%로 인상 또는 매출액에 따른 차등 부과(0.5~1.0%) △수수료 수준을 사업자평가 때 30% 적용 △수수료 완전 경매 입찰 방식을 제시했다. KIEP는 각각의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을 거론하면서 결론을 유보했다.
다시 5년 사업권 논란으로 돌아오자. 업계에서는 기존에 10년이던 사업권이 5년으로 줄어들면서 국내 면세점의 국제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이다. 5년 사업권 논란은 단순히 기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5년마다 사업권을 재심사받을 때 기존 업체들은 신규 업체와 원점에서 동등한 경쟁을 해야 한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사업권을 자동 갱신해주거나 반영구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다른 국가들과 다른 점이다. 제도 시행 취지가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5년 사업권 논란은 이 부분에서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 방향과 충돌한다. 공청회 개선안은 어떤 방향으로 시행되더라도 현행 시장구조를 무너트리고 면세점 업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특정 업체들이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저항한다고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제도 개선안은 독과점 구조를 개선해 면세점 사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채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과점 규제 대상 업체뿐 아니라 신규 참여업체들까지 이구동성으로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선진국들은 면세점 제도를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제도 개선 과정에서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10~20년 뒤를 내다볼 수 있는 면세점 경쟁력 강화 방안이 같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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