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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사람들이다. 실용음악 대학원생이 모여 국악 밴드를 만든 것도 신기한데, 여기에 탱고까지 더했단다. 이 독특한 실험(?)의 장본인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제나탱고'다.
"대학원 정기 공연에서 함께 탱고 곡을 연주하며 빠져들었죠. 공연 뒤 탱고를 두고 밤새 토론하다 결국엔 팀을 꾸렸어요."
제나탱고는 '새롭게 나온'이라는 우리말 '제나'와 스페인어로 '보다'라는 뜻의 단어 '제나(Gena)'를 결합, '한국의 눈으로 새롭게 탱고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이소연(보컬·바이올린)·박경난(피아노·아코디언)·김대현(베이스)·채광명(드럼)·이승미(해금)로 구성된 이 팀은 결성 1년도 안 된 신인이지만, 부산락페스티벌, 문화역284 '미친광장' 등에 초청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동극장의 전통 창작 발견 프로젝트에 선정돼 오는 7일 단독 콘서트를 연다.
"탱고와 우리 음악엔 비슷한 정서가 담겨 있어요." 2일 정동극장에서 만난 제나탱고의 보컬 이소연과 음악감독 박경난은 국적 다른 두 장르의 연결고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도 우리의 민요(노동요)도 모두 고단한 삶을 음악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정열로 상징되는 탱고의 울림과 한(恨)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음악의 울림이 같은 결을 지닌 셈이죠."(박경난)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했거나 각자 국악 세션, 사물놀이 등의 경험이 있는 팀원들에겐 이 연결고리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소연은 "두 음악의 만남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멜로디를 선사할 수 있는 새로운 국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묘한 만남은 절묘한 궁합의 결과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4박의 탱고를 국악의 엇모리 5박으로 재해석(리베르 탱고)하고, 탱고 특유의 리듬을 해금과 아쟁으로 표현한(눈물꽃) 실험은 뜻밖의 편안한 선율로 귀에 와 꽂힌다. 박경난은 "사실 대중에겐 국악도 탱고도 낯선 장르"라며 "선입견 없이 자연스레 흡수되는 음악을 만드는 게 제나탱고가 지향하는바"라고 강조했다.
"몰라서 겁 없는 게 장점인 팀"이었다. 이젠 한발 더 나아갈 차례. 이소연은 "요즘 팀원 모두가 국악을 공부하고, 객원으로 공연을 도와주는 국악팀은 탱고를 배우고 있다"며 "지금처럼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반짝하다 끝'이 아닌 '매년 새 모습이 기대되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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