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이 회사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한미약품 연구원 노모(27)씨와 그의 약학대학 선배이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양모(3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노씨의 대학 동기 이모(27)씨를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한미약품이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와 개발한 면역질환 치료제를 상업화한다는 사실을 지난 3월4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여 8,700만원의 부당이득을 거뒀다. 또 양씨와 이씨도 해당 정보를 노씨로부터 같은 달 7일 전달 받고 주식을 사들여 각각 1억4,700만원, 1,200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한미약품은 3월18일 일라이릴리와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사용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계약금과 기술료(마일스톤)만 7,800억원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 주가는 발표 전부터 출렁였다. 3월10일 4.80% 오른 데 이어 발표일인 18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조사를 벌여 한미약품 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의 불법 혐의 정황을 파악하고 올해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조사결과 양씨는 증권가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미공개 정보를 3월10일부터 13일 사이 10개 자산운용회사 펀드매니저 12명은 물론 지인들에게도 퍼뜨렸고 이들은 최소 7,000만원에서 최대 63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해당 정보로 이득을 챙긴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 등은 '2차 정보 수령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범행 당시 법률의 맹점으로 형사처벌은 면했다. 올해 7월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2차 정보수령자는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됐지만 이들은 그 이전에 정보를 습득해 형사처벌은 물론 과징금 부과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에 대해 위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2차 정보 수령자까지 처벌하면 사법당국이 더욱 정교하게 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가 기업공개(IR) 활동이나 기업탐방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투자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까지 처벌 대상이 된다면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개정된 법률에서는 더욱 세밀하게 법을 적용해야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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