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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로 가수 인생 2막 여는 박기영

경단녀로 잊힐 줄 알았는데 무대 돌아오니 기적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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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헌신하겠나 싶어 딸아이 육아에 올인했지만

가수로서 정신은 잃지 않아

오페라 경연 프로 참가 계기

대중 가수의 감수성으로 클래식 음악 재해석에 도전

새 소리길 찾기까지 힘든 훈련… 최근 크로스오버 앨범 선봬


"이렇게 무대에 서게 되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저는 결혼·출산·육아를 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 가수였으니까요.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어요.

무대에 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내가 나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누군가(아이)에게 집중하고 그를 위해 언제 또 헌신하겠냐 싶어

노래를 열심히 했던 것처럼 육아에 올인했지만 가수 예술가로서의 스피릿(spirit 정신)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팝페라에 도전한 박기영(사진). 그는 최근 '넬라 판타지아' 등 8곡이 수록된 크로스오버 앨범 '어 프리메이라 페스타(A Primeira Festa)'를 선보이며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그에게 이번 앨범은 가수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자 여자에서 엄마로, 여자이면서 엄마인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박기영은 지난 2012년 딸을 출산한 후 육아에 집중했다. 임신을 하면서 몸무게가 18㎏ 늘어 만삭 때는 64㎏까지 갔다고 한다. 몸이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데까지 임신 기간이었던 9개월이 걸렸다고.

그는 "임신과 함께 몸이 늘어났는데 성대도 근육이어서 늘어난 성대근육이 원상 복귀하기까지는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았다"며 "노래도 부를 수가 없는 몸 상태가 되고 아이를 키우느라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제때 먹지도 못하고 사람인지 젖소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딸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힘들었던 육아에 대해 털어놓았다. 한국의 보통 워킹맘처럼 그도 경력이 단절된 상황이 커다란 두려움이었던 것.

박기영은 2012년 tvN 오페라 경연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 시즌2에 출연해 우승하면서 팝페라라는 장르와 만나게 됐다. 방송에서 선보인 호흡·발성·고음 등은 그를 오페라 가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때부터 대중가수의 감수성으로 클래식 음악을 해석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후 3~4년간 성악 기본기를 닦았다. 그의 가창력에는 이견이 없지만 밴드 활동을 했고 로커였던 박기영에게 성악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특히 대중가요를 부르는 데 익숙한 성대를 팝페라에 맞는 '소리 길'로 만들어내기까지 혹독한 훈련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그는 "6옥타브 E음이 더 쉽게 나고 오히려 E플랫음을 내는 것이 더 어렵고 파사지오(중간 음역에서 높은 음역으로 바뀌는 지점) 음도 어려웠다"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음이 '뻥' 하고 뚫리면서 났는데 제 성대가 바로 그 '소리 길'을 찾은 거예요. 그날 좋아서 집 안을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녔어요"라고 팝페라 가수로 '득음' 상황에 대해 아기처럼 신이 나 설명했다. 결혼도 출산도 해보지 않은 기자이지만 그가 신나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가 말한 딸아이가 커가는 모습에 감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 아이를 길러내는 엄마지만 워킹맘인 박기영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터닝포인트마다 한 단계 성장하고 성숙하고 있었다. 아이를 길러내듯 자신을 길러내고 있는 셈이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발성과 목소리 그리고 감성에 과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쓴소리'해대는 조언자들이 있었다고. 그중 으뜸은 그룹 '러브홀릭'의 이재학이라고 한다.



그는 "노래하는 길이 (성대에서) 한 길이면 루스해서 감성이 떨어지고 그 목소리도 오래 못 가니 (성대에서) 다른 통로를 조금씩 확보해보라고 재학 오빠가 조언했다"며 "오빠의 독설이 20대에는 커다란 상처가 되기도 했는데 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그의 엄청난 독설을 통해 무럭무럭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제 데뷔 18년 차가 되니 점점 저에게 쓴소리하는 사람들이 없어져요"라며 "데뷔 때 같이 무대에 선 많은 동료들도 사라졌고 선배들도 그렇고요…"라고 아쉬운 듯 말을 이어갔다.

오늘 하루만 해도 엄마의 역할과 가수의 역할을 몇 번이나 오갔을 박기영. 그는 인터뷰 내내 엄마와 가수를 수없이 오갔다. 딸아이 이야기를 할 때는 딸의 재연배우가 됐다가 20대 밴드 활동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제 블러드(피)에는 록 스피릿이 살아 있어요"라고 이야기할 때는 가수 박기영이 됐다.

"정확하지는 않지만(웃음) 아프리카 속담에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예요. 엄마 혼자 할 수 없는 일, 가족과 정책이 함께해줬으면 해요.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지 않을 때는 아기를 그냥 남편에게 맡기고 제주도 같은 데로 훌쩍 떠나는 '초강수'도 둬보세요. 저는 그렇게 못했지만요(웃음). 엄마가 행복해야, 엄마가 숨 쉴 틈이 있어야 아기도 행복해요."

/연승기자 yeonvic@sed.co.kr

사진제공=포츈

She is…

△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 △1998년 1집 앨범 '원(one)'으로 데뷔 △1999년 2집 '프라미스(promise)' △2000년 3집 '혼잣말', 대표곡 '블루스카이' △2000년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주연 △2001년 4집 '프레젠트 포 유(present for you)', 수록곡 '정원' 아름다운 노랫말상 수상 △2004년 5집 '비 내추럴(be natural)', 한국 대중음악상 여성 아티스트 부문 노미네이트 △2006년 6집 '보헤미안(bohemian)', 대중음악상 여성 아티스트 부문 노미네이트 △2007년 싱글 '미안했어요' △2008년 '어쿠스틱+베스트(acoustic+best)' 앨범 △2008년 카미노 데 산티아고 도보여행기 '박기영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발간 △2009년 싱글 '녹화된 테잎을 감듯이' △2010년 7집 '우먼 빙(woman being)', 이창동 감독 영화 '시' 헌정곡 '아네스의 노래' 발표,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밤 초청공연, 이탈리아 피렌체 한국영화제 초청공연 △2011년 크리스마스 앨범 '크리스마스 러브 레터(Christmas love letter)' △2012년 tvN '오페라스타' 시즌2 우승 △2013~2014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주연 △2015년 첫 크로스오버 앨범 '어 프리메이라 페스타(A Primeira Festa)'



"후배들 불안·고통 다독여 줄 수 있는 포근한 언니 되고파"

■ 18년차 가수 박기영

연승 기자 yeonvic@sed.co.kr

"너희 잘하고 있어. 잘하는 것도 다들 알고 있고. '실수하면 안 돼' 하고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하지도 말고."

박기영이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란다. KBS2 '불후의 명곡'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만난 후배들을 비롯한 모든 후배, 특히 여자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후배들에게 '포근한 언니'가 되고 싶은 것. 시원하게 뚫어져 올라가는 목소리에 단아한 외모 때문에 '푸근한 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포근한 언니'의 모습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을 하는 사람, 무대에 서는 사람은 시대를 잘 만나야 하고 유행도 잘 따라가야 하는데 이것이 어긋나버리면 보통 사람보다 고통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어요. 예술 하는 사람들은 감각과 감성이 발달한 사람들이니까요."

박기영은 위태로워 보이는 후배들에게는 먼저 다가서 자신이 경험한 고통을 조금은 덜어주고 싶다고 한다. "엄마나 언니의 마음으로 여자 선배 누군가가 다독여줬더라면 5년 헤맬 것을 2~3년 정도 헤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남자 가수들끼리는 잘 터놓고 지내는데 여자 가수들은 여자라는 특성이 있어 잘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는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여자 후배들에게 요즘 부쩍 마음을 쓰고 있었다. '전업 엄마'에서 '워킹맘'으로 변신했지만 '엄마 유전자'가 생겼으니 누군가를 보살피고 싶어 하는 심정은 당연한 것. "조정민·승현이·알리·김연지 등에게 요즘 특별히 관심이 가고 신경이 쓰여요. 연락처 주고받고 언제든지 내가 필요할 때, '언니 박기영'이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했어요. 후배들이 연락해주면 저도 고맙죠. 우리 딸도 커 독립을 할 텐데 엄마의 조언이 아닌 사회 선배로 언니로 조언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할 것이고 저도 누군가의 딸들을 위해 그런 선배, 언니가 되고 싶어요. 이제 연차가 18년 차나 되니 드는 생각이에요. 나이 들면 보이는 것들, 그런 것이 있잖아요. 그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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