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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울산의 석유화학산업에 새 옷을 입히는 작업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 기존 2010년 수립된 RUPI(Roadmap Project for Ulsan Petrochemical Industry·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의 석유화학산업 구조 고도화에 자동차, 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과 화학산업의 융합,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 갈수록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 안전대책 수립 등을 더해 Post-RUPI 사업으로도 불린다.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세계 5위 석유화학 강국, 아시아 4위의 산업도시를 목표로 지난 2010년 11월 수립된 RUPI는 광역스마트 스팀 네트워크 구축, 스팀 하이웨이 구축, 수소타운 조성, 학남정밀화학소재단지 조성 등 대부분의 사업을 완료했다. 현재는 석유화학단지 전력 인프라 확충, 산학융합지구 조성, 울산종합비즈니스센터 건립, 맞춤형 공업용수 공급사업, 통합파이프렉 구축 사업, 산업부 화학공정 연구개발 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센터 건립 등의 신규 사업이 착수됐다.
이 가운데 통합파이프렉 구축 사업의 진행이 더딘데 '안전'과 관련한 중요사항으로 울산시를 비롯한 국가기관이 서둘러서 해결해야 할 사업이다. 공단 지하에 각종 배관이 묻혀 있는데 길이만 600㎞에 달한다. 이들 배관은 누출되면 폭발하거나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이어지는 유독물질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70%가량이 15년 이상 된 배관으로 땅속에 있어 얼마나 노후 됐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월과 2월 두 차례 연이어 유독가스가 다량 누출되는 사고가 났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땅속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으로 이를 지상화하는 사업이다.
RUPI 사업단장으로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박사·사진)은 "지난 2010년 수립된 RUPI가 상당한 성과 속에 착실히 진행되고 있지만,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새로운 Post-RUPI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다"며 "울산의 석유화학산업을 넘어 지역의 타 주력 산업들과 융합돼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미래화학산업 발전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화학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연관정(産學硏官政) 협의체인 미래화학융합포럼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출범했다. 특히 7월엔 지역 산학연관정언(産學硏官政言)의 '화학네트워크 창립 포럼'을 시작으로 각 주제별 포럼이 수시로 열려 미래 화학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방향을 정립해 가고 있다. 현재 이동구 박사를 위원장으로 10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화학 R&D 클러스터' 위원을 150명으로 확대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포럼을 통해 제기된 석유화학산업의 새 방향은 탈 석유화, 저 탄소화, 차이나 리스크 극복, 사업구조 혁신의 상시화 등이다. 융합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동구 박사는 "최근의 유가 하락은 과거처럼 산유국들과 미국 등 석유산업 주도국들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비석유 에너지원의 등장, 그리고 녹색기술 혁신 등에서 근본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이에 따라 "기존의 대량생산과 원가경쟁력에 기반한 범용 석유화학 산업을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신소재 화학에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기적인 중국발 쇼크 및 구조적인 차이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선 아세안 같은 신시장으로 수출선 다변화가 요구된다는 것도 이 박사의 조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저 탄소화인데, 화석연료 등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 및 온실가스(CO2, CH4) 등을 화학산업의 원료로 활용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개념이다. 이 내용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협약에서도 보고된 내용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탄소자원화 전략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박사는 "2016년은 새로운 산업환경 대응의 골든타임"이라며 "탈 석유 기반의 새로운 화학산업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저 탄소 사회를 향한 적극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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