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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경제정책 방향 단기 부양책밖에 안 보인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총력전 돌입을 선언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면서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행사와 중국 관광객 유치로 소비를 활성화하고 '규제 프리존' 등 규제 완화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내년 대내외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만큼 공격적 부양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거시정책도 체감경기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저물가로 경상 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성장도 해야 하고 디플레이션도 피해야 하는 정부의 딜레마가 엿보인다.

이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신흥국 위기와 중국의 경기 부진은 수출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됐다. 내수가 회복세라고는 하나 블랙프라이데이와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소비절벽에 직면할지 모른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낮췄지만 이조차 가능할지 의심된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수출회복이 요원한 상태에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달래지 않는다면 경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단기처방이라도 필요한 이유다.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지언정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어느 경제연구원장의 지적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단기부양에만 매달리다 보니 잠재성장률 제고방안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가계소득을 키워야 하지만 그 방안은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기껏 나온 게 '가계소득 증대세제 실적을 분석해 필요하면 보완 강구'하겠다는 게 전부다. 저출산 탈출도 주거비·사교육비 부담 완화가 핵심이 돼야 하는데 내놓은 해법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구조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동개혁은 정치권에 떠넘긴 채 손 놓고 있겠다는 모양새다. 일단 인공호흡은 해주지만 치료는 내 일이 아니라는 자세와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에서 저성장·저물가는 이미 일상이 돼버렸다. 이대로 둔다면 3% 성장은 꿈도 꾸기 힘들고 경기침체에 따른 사회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회성 대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체질 개선과 잠재성장률 제고만이 만성질환에 걸린 우리 경제를 치료할 수 있다. 구조개혁 없이 경제에 새 살이 돋아나기 힘든 경제구조라면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정부가 개혁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노동개혁 입법과 후속조치에 역량을 집중하고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그나마 시간을 단축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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