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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 <특종> 단독 주연 조정석 “무대 뒤편까지도 이해하는 배우 되고 싶어”

몇 달 전 배우 조정석(35)의 책장에 몇 가지 영화 관련 서적이 꽂혔다. 이전까지 있던 대부분 책이 연기 테크닉을 다룬 것이었다면 이번에 그가 직접 고른 책들은 시나리오 작성법이나 카메라 앵글 잡는 법 등 주로 제작 테크닉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출연작(필모그래피)이 늘어날수록, 그가 연기하는 무대가 늘어날수록 ‘무대 뒤편 제작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제대로 연기하기 어렵다’는 깨달음이 데뷔 12년 차 배우 조정석을 긴장시킨 탓이다.

그는 말끝마다 “배우는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그에 맞게 최선의 연기를 펼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지만 ‘완성도 높은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줄 아는 영민한 배우’라는 평을 듣는다. 뮤지컬·연극 무대에서 성장한 그를 영화계로 초대한 육상효 감독이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인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에 조정석을 비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 조정석은 여섯번째 영화 <특종 : 량첸살인기>에서 이혼, 해고의 위기에서 우연한 제보로 특종을 터뜨린 기자 ‘허무혁’을 연기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조정석이 했던 숱한 고민의 결과물은 그의 첫 원톱 주연 영화 ‘특종 : 량첸살인기’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자칫 그의 원맨쇼로 끝날 수 있는 장면 하나하나에 다양한 인물과의 갈등 구조와 감정선이 입체적으로 드러나며 훌륭한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이번 영화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허무혁’은 언론사 사주의 친인척 비리를 보도했다가 해고 위기에 몰린 방송국 기자다. 한 통의 제보전화 덕에 구사일생으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특종을 터뜨리며 위기를 모면하는듯싶었던 무혁. 그러나 일생일대의 특종이 사상 초유의 오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점입가경으로 그의 오보대로 실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이른다. 영화의 큰 줄기는 블랙코미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스릴러와 드라마가 버무려진다.

첫 원톱 배역에 장르를 가늠하기 어려운 스토리 전개까지 배우 조정석에겐 크나큰 도전이었지만 이번 영화로 충무로를 이끌 원톱 주연 배우의 탄생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영화계 전반의 평가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조정석을 만났다. 그는 “이 영화가 원톱 배우 한 명의 원맨쇼로 비치지 않도록 연기 톤이나 연출방식에 있어 제작진 모두 부단한 노력을 했다”며 “사건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이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치달은 악화일로의 상황을 바라보는 화자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해 신중하게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조정석이 ‘원톱 배우’가 될 수 있는지 이 영화로 판가름이 날 텐데, 개봉을 앞둔 이 시점에서 소회를 밝힌다면.

“‘조정석이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 수 있느냐’는 주위의 시선이 자못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평을 들어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인 것 같아 안도하고 있다. 첫 원톱 주연 영화이기는 하지만 주인공 허무혁의 원맨쇼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다른 캐릭터들과 유기적으로 얽히고설켜 다양한 갈등구조와 스토리를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고 결과물이 의도대로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가 혼합된 장르의 특성상 감정 절제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희대의 특종을 잡았다고 생각했다가 희대의 오보로 판명 난 상황.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인공 허무혁이 눈물을 쏟아내거나 격하게 절망하기보다는 혼란스러운 그 감정을 적절하게 보여주면 관객들은 아이러니 속에서 웃음을 찾게 된다. 그러면서 무혁이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는 거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의 욕망에 둘러싸여 잘못된 선택을 거듭하는 주인공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거나 냉소하는 것이 아닌 그저 한 인간의 고군분투로 이해받을 수 있도록 그리는 게 노덕 감독의 의도였다.”

▶“우리가 진실을 보도하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아. 네가 처음 보고했을 때? 100% 진실일 거라 믿지도 않았어. 진실을 판단하는 거? 우리 일이 아니야. 그건 독자들의 몫이지.”라는 방송국 보도국장(이미숙 분)의 대사에서 언론의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로 비치는 것이 사실이다.

“무혁의 직업이 기자이긴 하지만 극정 긴장감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 전개를 위한 보조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특정 직업인 이전에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위기의 상황, 그걸 헤쳐나가려는 분투기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치열한 특종전쟁의 현장을 도입했지만 무혁의 모습이 다소 평범한 월급쟁이로 그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품을 본 관객들은 언론에 대한 풍자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재미’였고 무혁이 성장해 가는 스토리를 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품 제의를 받은 지 하루 만에 대본을 다 읽고 바로 출연을 결심한 것도 사회 고발 영화라서가 아니라 이 영화의 전개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은 영화’라는 평도 좋지만, 관객들 역시 그냥 유쾌한 영화로 봐주셨으면 한다.”

▶조정석과 함께 작품을 만든 감독들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나는 어디까지나 선택된 자로서 감독이 원하는 방향과 목적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함께 한 노덕 감독은 나와 비슷한 또래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선장이라고 믿고 따랐다. 성별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우에게 있어 감독과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배우가 생각이 많으면 좋은 장면이 나오기 어렵다. 상황에 빠져들어 연기하다 보면 지나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부족할 때도 있다. 이럴 때 감독과의 관계가 긴밀하면 적정 톤으로 연기할 수 있다.”

오른쪽 세번째가 <특종 : 량첸살인기>의 각본 및 제작을 맡은 노덕 감독. 조정석은 “1980년생 동갑내기인 노덕 감독과의 완벽한 호흡 덕분에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의 고민을 들어주는 재수생 친구 ‘납뜩이’로 대중에게 알려진 후 흥행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객들도 분명 조정석에게 기대하는 게 있을 거다. 조정석은 좀 웃겨줘야 한다든지. 아직은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어떤 것이든 뛰어들어보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들이 무엇인지 가늠이 될 것 같다. 물론 언젠가 악역도 꼭 해보려고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무스를 잔뜩 바른 앞머리에 쑥맥 친구 앞에서 연애 상담을 늘어놓는 재수생 ’납뜩이‘로 인기를 얻게 된 조정석. 당분간은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그의 연기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공연에서 영화, 드라마로 연기 무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데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장르는 무엇일까.

“무대가 넓어질수록 배우로서 행복하다. 나를 보러 오는 관객이 많을수록 행복한 것은 당연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관객은 극을 만들어주는 요소다. 늘 현재에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 때문에 현재는 드라마와 영화를 열심히 하고 있고 당분간 그럴 거다. 칼을 뽑았으면 휘둘러 봐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공연 무대는 나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내년에는 꼭 뮤지컬이나 연극 작품을 한 편 할 생각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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