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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럽 '철강전쟁' 총성 울리나

中 저가 공세에 EU 철강사 파산신청·감원 잇달아… 반덤핑 제소 움직임


경기침체에 따른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중국산 저가철강 제품의 밀어내기 수출이 국제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공장 폐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반덤핑 제소 카드를 꺼내 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텔레그래프·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EU 회원국 통상 관련 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경쟁이사회(COMPET)' 긴급회의를 열고 중국산 저가철강 수입으로 고전하고 있는 유럽 철강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EU 회원국 철강회사의 파산신청과 감원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지드 자비드 영국 기업ㆍ혁신ㆍ기술장관의 요청으로 열렸다. 영국 기업ㆍ혁신ㆍ기술부 대변인은 "영국과 유럽 철강업계가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을 EU 의제에서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회의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 특히 영국 철강업체들의 파산신청 또는 감원발표가 잇따르자 영국 내에서는 중국산 철강제품의 덤핑과 높은 에너지 가격을 주원인으로 지목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인도계 타타스틸, 태국계 철강업체 SSI, 카파르인더스트리 등이 파산신청 또는 감원을 발표하며 영국 전체 철강업계 일자리(1만8,000개)의 30%에 가까운 5,000개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SSI가 있는 노스잉글랜드 레드카의 경우 SSI가 청산절차에 들어가며 1,700여명의 실직자를 양산했고 이 때문에 지역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개릿 스테이스 영국철강협회 대표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저가 중국산 철강으로 야기된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이미 움직였다"며 "EU도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영국 내 철강업체의 파산은 유럽 전체의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EU가 밀려오는 저가제품에 대해 반덤핑·반보조금 등 무역보호 조치까지 검토 중이지만 중국과의 통상관계 때문에 쉽게 칼을 휘두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체가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과의 통상관계 악화를 무릅쓸 만큼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그럼에도 철강업체 노동자들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프랑스·벨기에 등의 철강업체 노동자들은 EU가 중국산 철강 덤핑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EU와 중국 간 철강분쟁이 중국 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으로 철강생산 능력이 줄고 있어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중국의 부동산 회복에 따른 신규 건설 확대,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는 중국 내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전문가는 현재 중국 철강 과잉생산량이 1억톤 수준에 달해 구조조정만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EU는 물론 다른 국가 철강업체들도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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