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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정밀화학 노사 '아름다운 동행' 위로금·투쟁보단 미래성장이 우선

노조 "새로운 도약의 기회"

삼성정밀화학 노조가 '투쟁'보다 미래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롯데그룹으로의 편입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인수합병(M&A)에 대한 지지와 대승적인 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위로금과 급여 수준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기가 일쑤인 여타 기업과 달리 보기 드문 경우라는 점에서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기업들의 사업 재편 흐름에 맞춰 다른 기업으로 이런 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정밀화학 노사는 3일 울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M&A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삼성그룹의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초일류 화학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이번 지분인수를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성인희 사장, 이동훈 노종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앞으로의 협력을 다짐했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M&A 소식이 발표됐을 때 직원들은 충격과 상실감이 컸다"며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냐, 아니면 창조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울 것이냐 고민이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일반적으로 피인수 기업의 노조는 전례 없이 격렬한 투쟁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수위가 높을수록 매각에 따른 위로금 등 '성과'도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A 소식이 들려온 지난달 30일부터 격론이 이어졌다. 현재 삼성정밀화학 임직원 8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노조 소속이다. 노조 간부들은 주말에도 서울과 울산 공장을 오가며 노조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리고 기자간담회 전날인 지난 2일 밤, 롯데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손을 잡자는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지난해 24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발생할 경우 아예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성 사장이 매각 소식 발표 직후 서울의 임직원들을 만나 매각 배경과 기대 효과 등을 설명하는 등 설득에 나선 효과도 컸다.



삼성정밀화학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밀화학을 육성할 것으로 신뢰하고 있다"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울산을 방문,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새로운 그룹 총수와 임직원들로서 관계를 다져가자는 의미다.

삼성정밀화학 노사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3주 가까이 파업 중인 한화종합화학 노사의 행보와 겹쳐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노조는 회사가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연차만 채우면 승진하는 자동승격제도, 직원 자녀 우선 채용 등을 요구하고 나서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노조는 2일 사측이 파업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파업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추가 요구안을 내놓고 있어 사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장지승기자·유주희기자 j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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