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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소유? 부처는 부자가 되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부자수업' 펴낸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경제 지식 즉, 돈에 대한 기본 지식은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생존기술입니다. 2,600여년전 부처는 승려 등 출가자가 아니면 누구든 부자가 되라고 설파했습니다. 아함경 등 불교 초기 경전에 따르면 이자, 투자 등 금융 지식을 갖추라고 했으며, 임대업, 농업과 목축업의 겸업 등 돈 버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어요. 무소유로 알려진 불교적 가르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요.”

최근 ‘부처님의 부자수업(불광출판사 펴냄)’을 쓴 윤성식(사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를 만났다. 미국 경영학 박사, 미국 공인회계사로 그리고 행정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돈에 대한 공부를 해 온 그가 불교 경제관에 깊숙이 빠져 뒤늦게 박사학위를 받고 이를 주제로 한 책까지 출간한 화제의 인물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으면서도 불교 공부를 깊이 했다는 점도 독특하다. 노란색으로 단장한 연구실에서 그는 맑은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윤 교수는 “주변에 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손해보지 않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려면 경제 지식이 필수이지만, 경제교육은 고사하고 돈과 부에 대한 가치관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며 “‘돈을 버는 것은 한량없는 복이다, 천한 직업으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기록된 초기 불교 경전을 보면서 돈을 벌고 쓰는 것에 대한, 이른바 경제활동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동기를 설명했다.



그가 불교 경제관에 관심 두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그는 “불교의 수행법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미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가 부자들을 위한 설법 주제를 두고 고민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갑자기 불교의 교리가 궁금해졌다”고 불교와의 첫 인연을 설명했다. 그는 2001년 조계사 부설 불교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 내친김에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를 했고 박사학위를 추가했다.

윤 교수는 “부처는 신분제를 거부하고 여성 출가자를 받아들이는 등 혁신적인 사상으로 당시 신흥부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불교가 도시와 부자의 문화에 맞는 종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불교에서는 돈은 부질없고 추한 것이니 멀리하라고 말하는 대신 열심히 돈을 벌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면서 빈궁한 삶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행복한 게 아니다 ”며 “돈 앞에 정직해질 때 세상에 속지 않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불교의 교리인 여실지견(如實知見)을 빌려 돈에 대한 자신의 욕망도 있는 그대로 봐야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가장 후회하는 게 젊어서 돈 벌어놓을 걸”이라면서 “반면 젊은 사람들은 돈은 벌고 싶어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어느 베스트셀러의 문구와 같은 허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돈을 벌고자 한다면 돈을 버는 데 필요한 노력에 초집중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윤 교수는 “불교 설화집 본생경에는 재주 있는 자라 할지라도 행운이 없는 자는 재물을 모을 수 없다고 했다. 세상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에 불교에 더 관심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나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등 이른바 수퍼 리치들은 자신에게 따라 준 행운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우리 속담처럼 2,600여년전에 붓다는 이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가 불교에 매료된 데는 불교의 이같은 현실성과 과학성 덕분이었다.

그는 “서양에서 불교는 지식인의 종교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실제 불교의 연기사상은 상당히 과학적이다. 불교 아비달마 구함론 12에 극미(極微)설이 있는데 극미란 물질을 쪼개고 쪼개서 가장 작은 티끌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자물리학의 원자설에 비교되기도 한다”면서 “물리학의 천재 아인슈타인도 불교에 대한 관심을 뒀다는 것은 과학계에선 알려진 사실이고, 국내에도 불교 공부를 하는 과학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시장논리를 앞세운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이 있는 자, 없는 자 모두 불행해지기 쉽다”면서 “돈을 벌고 쓰는 데 필요한 경제 지식을 쉽게 풀어내고, 돈으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는 법을 담은 책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후속 출간 계획도 밝혔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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