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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업 청년들에게 매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려는 서울시와 제동을 걸고 나선 보건복지부 사이에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 가운데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253만원 이하 등 요건을 갖춘 대상자 3,000명을 뽑아 최소 2개월에서 6개월까지 매달 50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수당지급 찬성 측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고용부가 시행 중인 청년취업패키지 등 정부 지원정책과 중복되고 단기간 수당지급으로 구직난과 청년 소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청년실업부조' 도입 계기로 삼아야
● 실업은 개인 탓 아닌 구조적 문제
● 고용보험 확대만 기다릴 순 없어
● 중앙정부 통한 지원대상 확대 고민을
서울시에서 발표한 '청년활동지원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에서 밝힌 이 사업의 목적은 '사회진입에 지체·실패하거나 낮은 자존감으로 사회참여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던 청년들에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용안전망은 고용보험이다. 1995년 고용보험이 시행된 후 그 대상을 넓혀왔지만 실직자 중 실업급여를 받는 자의 비율은 노동패널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2%(노동부 추계는 40% 내외)에 불과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각지대가 너무나 크다. 고용보험에 가입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임금근로자는 보통 퇴직금도 못 받고 실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직자와 그 가족은 실직자가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빈곤에서 허덕인 채 살아가야만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고 지난 7월 맞춤형으로 개편됐다고는 하나 자격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근로능력자가 있는 가구에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어서 고용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하고 있지 못하다. 실업급여 수급률 혹은 고용안전망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는 복지후진국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실업대책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직으로 인한 문제는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업급여의 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어떤 나라에서는 조세를 많이 투입해서라도 실업(고용)보험 적용대상을 전체 노동자로 확대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고용(실업)보험에 가입되지 못했거나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지난 실직자를 대상으로 고용보험과 별도로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실업부조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실업(고용)보험은 보험료를 낸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은 실업부조는 조세를 재원으로 하고 실업보험에 가입되지 못했거나 실직급여 지급기간이 지난 가구소득이 낮은 실직자를 대상으로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고용보험에 가입된 적이 없는 적용제외자나 장기 실업자, 그리고 한 번도 고용시장에 진입해보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20년 동안 확대돼온 고용보험에 의한 실업급여 수급률도 10%대에 머물 정도라면 고용보험이 확대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미온적인 대책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사각지대에서 실업에 고통 받던 국민을 애써 외면해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울시 사업을 복지정책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청년실업부조' 시범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제적 관점이나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 볼 때 중앙정부에서 더 일찍 시작했어야 할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실직자라고 하더라도 청년실업의 문제는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예전 경제상황에서는 청년을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청년의 패기가 오히려 독이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줄어도 너무 줄었다. 이미 실업은 구조적 문제가 돼버렸다. 더 이상 개인의 나태함, 준비 부족,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혹자는 지방정부에서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회복지제도 발달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이나 지방정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 많이 존재한다. 다만 3,000명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나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지방정부에서 하기에는 예산의 한계가 분명 있을 것이기에 중앙정부에서 제도 도입을 고민해 봐야 한다.
국가의 경제정책 실패의 무게를 청년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에 그 무게는 나누는 게 옳다. 사회의 품 밖에 있는 청년을 하루빨리 보듬어야 한다. 내버려 두기에는 그 짐이 너무나 무겁다. 작금의 논란이 청년실업 부조의 도입을 위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이번 논란이 선별적인 실업부조로 갈 것인지 보편적인 실업수당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반대-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극소수 3000명 선별… 소외감만 커져
● 조건부 현금지급, 청년 자존감 떨어뜨려
● 6개월 단기 지급으론 문제 해결 불가
● 사회서비스 비용으로 예산 돌려 사용을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결론부터 밝힌다. 소외된 청년에 집중하는 지원은 찬성하나 현금급여 방식은 반대한다. '사회 밖' 청년으로 표현할 만큼 학교에도 직장에도 가족에도 그 어디에서도 발을 못 붙이고 살아가는 청년 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금 지급 방식의 특징에 비춰볼 때 서울시 청년수당이 갖는 한계가 보인다.
서울시가 발표했던 대로 '사회 진입에 실패하고 좌절한 청년'이 재기의 기회를 갖도록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현재 청년세대가 겪는 '우울한 현실'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보건복지부가 사회보장기본법 규정을 좁게 적용해 딴지를 걸 일도 아니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설자리(활동)·일자리(노동)·살자리(주거)·놀자리(공간)'를 제공하겠다는 서울시가 5개년 청년정책 기본계획에서 한줌도 안 되는 청년수당 문제로 공연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현금급여는 현금의 속성상 받는 사람의 처분권을 극대화하는 장점을 갖는다. 받은 액수 안에서 무엇을 사든 본인의 자유다. 그래서 수급자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현금 수당이 의도하는 것도 사회 밖 청년의 낮은 자존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현금급여는 또한 관리 비용도 사실상 안 든다. 계좌로 이체해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반면 현금급여는 처분의 자유만큼 오남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현금급여를 지급할 때는 수급자가 오남용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해둔다. 최저생계비를 현금지급하는 것은 수급자의 처분권을 존중하면서도 생계비 외 다른 곳에 현금을 사용했을 때 생계 자체를 위협 받을 정도로 최소한의 액수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 청년수당은 오남용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수급자의 자존감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가난한 청년이 아니라 '사회 밖' 청년이 왜 최소 2~6개월 동안 교육비·교통비·식비를 50만원 받아야 하는가. 심각한 청년 소외문제가 6개월 정도 주고 끝나는 현금으로 해결된다니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정책적·사회적 합의 여부다. 합의가 되면 일부 사회 구성원이 제기하는 오남용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계비·교육비, 아기 기저귀 값 하라고 돈 줬더니 유흥비로 쓴다'는 식의 논쟁 자체를 무시할 수 있을 때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능한 많은 수의 사회 구성원이 현금급여 대상자가 되면 동질의식을 형성한다. 그래서 대체로 현금급여는 조건을 따지지 않는 보편적 수당 형태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발생하는 일부 오남용은 그보다 더 큰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부수적 피해 정도로 사회적 합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청년수당은 수많은 서울시 거주 청년 중 극히 일부를 선별해 제공하는 보편적이지 않은 지원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활동계획서도 받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지 관리도 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모순이다. 전체 청년 중 극히 일부를 선발하고 오남용 방지를 위해 현금 사용처를 관리하겠다면 이는 또다시 청년수당을 받을 '사회 밖' 청년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금급여의 장점인 처분권 보장, 자존감 존중, 관리 비용 절감 등 그 어떤 효과도 없다.
현금급여의 특징도 살리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도 보지 못하는 청년수당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서울시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사회 밖 청년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에 청년수당으로 쓸 예산을 옮겨 사용해야 한다. 서울시는 마을 복지, 동 복지라는 좋은 인프라를 갖고 있다. 마을복지사, 동 복지사가 사회 밖 청년을 사회로 이끌어내는 사회서비스 비용으로 청년수당 예산을 돌리자. 모자라는 주거·교통비는 사회서비스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면 된다. 마을·동 복지사와 청년 간 멘토-멘티 관계를 통해 인생·취업상담, 고용센터와의 연계, 바우처 사용 관리 등이 중요하다. 꿰지 않아도 되는 구슬은 과감히 버리고 지금 있는 구슬로써 좋은 보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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