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떡을 배달하는 A씨는 2013년 12월 교통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D 보험사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가입금액은 1억원이었다.
보험사 직원은 가입 전 “오토바이 사고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알렸다. A씨는 이 설명을 듣고 오토바이 운전 여부를 묻는 청약서 문항에 예, 아니오 표시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듬해 1월 A씨는 오토바이 사고로 다쳐 D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때 오토바이 사고는 보험이 안 된다는 사실이 떠올라 “보행 중 사고였다”고 거짓말을 했다. D사는 A씨가 거짓말한 것은 물론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동시에 “임씨에 대한 보험금 미지급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D사의 주장과는 다른 사실들이 드러났다. A씨가 가입한 보험은 운전자보험 중 ‘보통약관’에 해당해 통상적인 오토바이 사고는 보상할 수 있게 돼 있었다. D사는 다만 오토바이를 소유하거나 주기적으로 모는 사람은 ‘부담보특별약관’을 적용해 오토바이 사고를 내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보험사 직원은 스스로도 이런 보험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A씨에게 “오토바이는 전 보험사가 안 되는 거 알죠”라고만 말했다. A씨가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타는지 조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담보특별약관을 안내하지도 않았다. A씨가 청약서에 오토바이 운전 부분을 체크하지 않은 것도 애초에 직원이 오토바이 운전 여부를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보험사의 부실 안내와 보험 가입자의 거짓말 가운데 어떤 잘못이 더 큰가를 저울질하다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이평근 판사는 “보험사가 처음부터 상품 설명을 잘못했기 때문에 A씨에 고지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며 D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A씨가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를 내놓고 보행 중 사고였다고 거짓말한 것은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고지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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