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은 이날 파리 근교 르 부르제에서 열린 총회 계기에 약 30분간에 걸쳐 별도의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중동정세 불안의 최대 진앙지인 시리아 사태의 해법을 놓고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시리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근원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운 헌법과 새로운 선거,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교환한 구체적인 대화의 내용을 소개하지 않았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러시아, 터키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시리아 사태의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퇴진 여부를 포함한 정치적 해결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까지 의견일치를 봤는지는 불분명해 보인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최근 수주 간 시리아 내의 이슬람 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것에 주목하면서도 러시아가 반군을 공격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IS를 공격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한 관리가 전했다.
러시아 전투기 격추사건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는 이견이 표출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가 최근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극단주의적 수니파 무장단체인 IS로부터 석유공급을 보호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격추 사건은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인 협력과 시리아 사태의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고 터키를 비난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의 사망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터키와의 긴장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터키와 러시아는 양국 사이의 더 큰 난관을 야기하고 시리아 사태 해결의 진전을 방해하는 조치들을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이번 사건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기본 입장은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측이 보낸 수차례의 경고에도 터키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지적했다. 트뤼도 대변인은 다만 “터키와 러시아가 양측의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로서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오전 파리 총회 계기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동해 러시아 전투기 격추사건을 둘러싼 터키와 러시아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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