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MF 외환위기 직후에 버금갈 정도로 국내경기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이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그동안 잘 나가던 수출마저 올 들어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수출증가율은 1·4분기 -3.0%, 2·4분기 -7.2%, 3·4분기 -9.4%로 점차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3·4분기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출이 대폭 감소한 이래 6년 만에 최악의 감소폭입니다. 내수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우리나라 성장을 지탱해왔던 수출마저 감소함에 따라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규모가 크지 않아 수출을 통해 성장을 달성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수출 감소의 원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수출 감소는 무엇보다도 유가 하락 등으로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수출물량은 3%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수출가격이 10% 가까이 감소함에 따라 금액 면에서는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감소했습니다. 수출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면 올해 수출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국제유가와 연동돼 움직이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이 올 들어 20∼30% 이상 크게 감소했는데 이들 2개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나 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의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최근 수출부진의 한 이유입니다. 2010∼2011년에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세계수출 규모는 2012∼2014년 중 1∼2%대로 둔화된 후 올해에는 8.1%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IMF 전망)되고 있습니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약세로 산유국 등 자원 수출 신흥국들의 수입여력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거대 수입 시장인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세계 수입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부진에 따른 성장둔화에 직면한 신흥국들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우리 수출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성장둔화와 중국 시장의 구조변화도 주요 원인입니다. 중국은 2014년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1 정도를 차지한 최대 수출 시장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연평균 9%를 상회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2년 7%대, 2015년 6%대로 계속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증가율도 최근 들어 급격히 둔화되다가 올해에는 감소세로 전환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 시장의 구조변화도 우리의 대중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소비확대를 통한 성장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비재보다는 중간재 위주의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 제조업의 빠른 성장과 이에 따른 자급률의 확대도 우리의 대중 수출이 감소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엔화 및 유로화 약세도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입니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대일 및 대EU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0% 정도 감소했습니다. 이는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이들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그만큼 비싸져 가격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수출가격을 본격적으로 인하하지 않고 있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엔화약세가 장기화된다면 점차 일본 기업들이 수출가격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의 수출부진은 국제유가 하락 등 수출가격의 하락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 감소폭이 작아 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이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과거와 같은 높은 신장세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 기회에 수출과 내수의 균형 달성에 주력함으로써 대외여건의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경제구조를 갖추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수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지속적인 수출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산업연구원 산업통상분석실 연구위원 신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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