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연주자의 구분이 없다. 무대 위 12명의 배우는 저마다 1개 이상의 악기를 다루며 합주를 펼치고, 노래·연기·춤까지 선보인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비관적인 기타리스트 ‘가이’(guy)와 체코 이민자 ‘걸’(girl)의 음악을 매개로 한 사랑을 그린 뮤지컬 원스(Once).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한창인 원스는 극 중 등장하는 16종의 악기를 배우 전원이 오케스트라(전문 연주자팀) 없이 라이브로 소화하는, 그야말로 음악과 하나가 되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사용하는 악기는 피아노·기타·만돌린·벤조, 우쿨렐레·아코디언·드럼 등 종류만 16종, 개수는 여분 포함 50대에 달한다. 이들 악기의 금액만 1억 원(총합)에 육박한다.
‘몸값’ 비싼 악기들은 무대 뒤에 마련된 별도의 악기방에 보관된다. 악기방은 이 ‘특별한 입주자’의 색 변조나 뒤틀림, 파손을 막기 위해 온도는 20~25도, 습도는 44~55%를 엄격하게 유지한다.
악기방은 물론 악기의 조율과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 테크니션도 있다. 오리지널 공연팀의 나이얼 우즈(Niall Woods)가 그 주인공. 그는 공연 전후 악기의 상태나 소리를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스트링(줄)을 갈거나 브릿지(현악기의 줄을 고정시키면서 현을 활로 긋거나 손가락으로 튕겨서 발생하는 진동을 악기 앞판으로 전달)를 교체하는 작업을 매일 한다.
이번 내한 공연은 한국 프러덕션인 신시컴퍼니가 지난해 국내 초연 때 마련한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의 국가에서 해외 투어를 할 때는 대형 트럭과 선박을 이용해 오리지널 팀의 보유 악기를 운반하는데, 악기를 위한 별도의 보험 가입이 필수 절차라고 한다.
한편, 신시컴퍼니는 올 3월 끝난 한국어 공연 이후 오리지널 내한 전까지 50개의 악기를 전문 악기상에 위탁 보관했다. 통상 뮤지컬이 끝나면 해당 작품에서 사용한 세트와 소품은 서울 외곽의 대형 창고로 옮겨지지만, 악기는 보관 환경에 민감해 ‘특급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스를 본 관객들은 ‘음악으로 치유 받는 작품’이란 평을 하곤 한다. 이 오묘한 힘엔 매일 악기를 치유하고 보살핀 ‘누군가의 정성’도 깃들어 있지 않을까.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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