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에도 세계 소비시장에서 '큰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을 모시기 위해 각국 정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베트남과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인 관광객의 비자 발급조건을 줄줄이 바꾼다. 한 해에 1억명 이상 해외로 나가 아낌없이 돈을 쓰는 통 큰 손님들을 조금이라도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다. 태국은 13일부터 중국인을 대상으로 복수입국 비자를 신설한다. 유커의 잦은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6개월 동안 몇 번이고 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비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은 오는 23일부터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비용을 대폭 낮추기로 했으며 말레이시아는 내년 음력설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한해 비자 발급을 면제한준다. 중국과의 관계가 매끄럽지만은 않은 동남아 국가들이 앞다퉈 유커 모시기에 뛰어든 것은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해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아시아뿐 아니다. 지난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영국은 일부 조건을 갖춘 중국인에게 24시간 내 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유럽 각국도 중국인들을 향해 끊임 없이 손짓을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벌여온 유커 유치전에 엔화 약세 호재까지 더해 '유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7~9월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전년동월비 82% 늘어 사상 처음으로 1조엔을 돌파한 가운데 최근 재무성이 발표한 올 회계연도 상반기(2015년 4~9월) 여행수지는 역대 최대 규모인 6,085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이 모든 기록의 뒤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47%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두툼한 지갑이 자리 잡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는 약 1억2,000만명이며 오는 2020년에는 2억3,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해외 각지에서 쓰는 돈은 지난해 총 1,650억달러에서 올해 2,290억달러, 2020년에는 4,22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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