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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위기의 대학 위기의 구조개혁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학을 말살하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학 구조개혁법안)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학내 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국회 투쟁에 돌입하며 기자회견을 연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기업과 시장논리의 대학 구조조정으로 한국 고등교육의 재앙이 될 것이다”

“족벌 사학에 교육을 위해 조성된 공공의 자산을 빼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먹튀법’이다”
▶교수·직원 4개 단체 “대학구조개혁법 폐기하라”(한국대학신문, 2015-12-14)
대학구조개혁법안은 지난해 4월 현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교별로 정원을 줄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 9일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연내 법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지긴 했지만 2년째 이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여당이 대학구조개혁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야당과 교수·임직원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건을 짚어보고 (이)슈를 파악하는 (다)각도 점검 뉴스 ‘사이다’를 통해 스스로 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보시기 바랍니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IMF 사태 이후부터. 당시만 해도 국립대학 통폐합이 주로 거론됐다. 대학의 인수합병과 퇴출, 학생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대학경영의 효율성 제고 등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립대학 통폐합과 법인화, 부실사립 퇴출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됐고 부실대학 선정기준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한 포털사이트의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이미지.





위 캡처 이미지에서 보이듯 대학 구조조정은 그리 새로운 이슈가 아닙니다. 1995년 대학 자율화 정책이 확대 추진된 이후 국내 대학 수는 양적 팽창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전체 고교 졸업자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8%로 OECD 국가(평균 41%) 중에서도 월등합니다. 그러나 질적 성장은 미흡합니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 대학 경쟁력은 비교 대상 60개국 가운데서 53위에 그쳤습니다. 산업계에서는 대학이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 한다는 지적도 합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대입정원과 고교졸업자 수의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자료=교육부





미래 학령인구 감소도 구조조정의 배경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 입학자원이 급격히 줄어들어 2023학년도에는 현재의 입학정원보다 16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같은 논리대로라면 대학 수를 줄이고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그 방식을 두고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현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우선 큰 틀에서는 지난해 1월 교육부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듯 대학의 양적 규모는 줄이면서 교육의 질은 높여 대학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평가결과에 따라 2017년까지 4만 명, 2023년까지 총 16만 명의 입학정원 감축

2. 정성·정량 평가 방식의 대학평가체제 도입 및 부실 대학(2회 연속 매우미흡) 퇴출

3. 대학 구조개혁법 제정 및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설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 발표' 보도자료(교육부, 2014-01-29) /다운로드▶대학정원 10년내 16만명 줄인다, 서울경제, 2014/1/28
이를 토대로 같은 해 4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학 구조개혁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교육부가 대학 평가를 통해 대학 정원 감축·신입생 모집 중지·학교법인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 해산 시 설립자가 잔여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또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부실 사학에 퇴로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입니다.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의안정보시스템, 김희정의원 등 20인, 2014/4/30)
▶문닫는 대학 재단에 재산처분권 부여 ‘특혜’ 논란, 한겨레, 2014/5/6
이후 논란에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서두에 밝혔던 먹튀법 논란을 짚어볼까요. 현행 사립학교법 제35조는 사학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국고·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예외를 만들면서까지 대학 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설립자에게 출연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반대 논리입니다. 올 10월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귀속되는 금액이 설립자 기본금(출연금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상속세법 적용도 받게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먹튀법 논란은 여전합니다.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의안정보시스템, 안홍준의원 등 13인, 2015/10/23)▶[단독] 설립자가 낸 재산은 돌려받고, 부실대학 문 닫게 해준다, 중앙일보, 2015/10/23
정부가 지나친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대학평가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사실상 대학평가위원회에 위임함으로써 교육부에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을 준다는 것입니다. (국회 계류중인 법안에 따르면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부 재정지원 제한 △정원감축 △기능전환 △대학폐쇄 △법인해산 등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이 교육부의 권력기구화 초래", 뉴스1, 2015/11/26▲현재는 교육부가 매년 대학 평가를 시행하고 ‘권고’ 수준에서 정원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66개 대학이 D·E등급을 받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이 대학들을 대상으로 구조개혁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지도에서 D·E등급 대학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개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실·비리 대학을 퇴출하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이번 구조개혁에 ‘정성지표’, ‘절대평가’가 도입된 것을 보면, 종전에 문제시 된 ‘취업률 등 정량지표 위주의 상대평가’, ‘하위 15% 재정지원제한’ 방침을 시정하려는 노력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부실사학의 퇴로 확보’라는 논란과 ‘대학 구조개혁 컨설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대학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거나 평생교육원 등으로의 전환을 통해서라도 재정을 보전하려 합니다. 학령 인구 감소 추세 속에 난립한 대학을 줄인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 이전에, 또 ‘해산 유인’을 위한 ‘자산 보전’을 법제화하기 전에, 향후에 어떤 대학이 필요하고, 그 대학이 어떤 인재들을 키워 사회에 얼마나 공급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15일 발표된 ‘대학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대학의 전공별 인재 공급 상황이 사회의 수요를 크게 벗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대학 구조개혁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슈]컨설팅 대상 66개大 “대학 경영포기 아직은…”, 한국대학신문, 2015/11/15▶대학교수 93% “대학보다 교육부 개혁이 우선”, 뉴스1, 2015/11/25▶10년간 ‘80만 대졸자’ 갈 곳 없다, 서울경제, 2015/12/15 /서은영기자·차오름 인턴기자 supia927@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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