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가 언제 설립됐는지 아시나요?" "1970년대 초반" "1960년대 후반?" 내가 종종 던지는 질문이고 자주 듣는 답이다. 정답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1961년 박정희 대통령 집권 후 수출주도형 경제 발전을 추구했으니 무역협회가 그때쯤 생겼을 거라고 생각할 만하다.
"요컨대 경제를 생각하지 아니하는 정치가 없고 (중략) 국외수출을 확대하여서 외화획득에 진심갈력하는 것이 우리 경제인의 사명임을 확신하고 전국내 무역업자, 무역경제에 지식경험 있는 인사를 망라하여 본 협회를 조직코저 하는 바이다. 1946년 7월 31일" 한국무역협회 창립취지서의 마지막 부분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한국무역협회가 정부수립 이전인 1946년 설립됐다는 사실이.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연희전문에서 교편 생활 후 개인사업을 하던 김도연(초대 회장, 초대 재무부 장관 역임)씨, 영국 런던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귀국해 10년을 은둔하다 해방을 맞은 이활(초대 상무이사)씨가 설립을 주도했다. 당시에는 일본·중국과의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어 무역업계의 질서를 바로잡고 지도할 기관이 필요했다. 또한 무역제도와 수출입 절차 등에 무역업계 의견을 반영할 필요도 있었다. 이런 배경과 목적으로 무역협회가 설립됐다.
내년이면 무역협회 설립 70주년을 맞는다. 한국의 무역은 1964년 수출 1억달러, 1974년 무역 100억달러, 1977년 수출 100억달러, 1995년 수출 1,000억달러, 그리고 2011년 무역 1조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세계 경제 침체, 유가 하락 등으로 수출과 무역 규모는 줄었지만 수출 순위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세계 6위에 오르는 등 발전을 거듭해왔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한국 무역의 성장 과정을 함께해왔다. 1988년 서울 삼성동에 무역 관련 종합 기능을 갖춘 한국종합무역센터를 건립해 무역업계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92년 한국무역정보통신(현 KTNET)을 설립해 무역 자동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02년 무역 관련 싱크탱크인 무역연구소(현 국제무역연구원)를 개원했다. 최근에는 통합 무역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레이드내비', B2B 마켓플레이스인 '트레이드코리아', 해외 판매 B2C 쇼핑몰인 'Kmall24', 무역 종합 포털사이트인 'kita.net' 등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제공과 기업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무역협회 설립에 참여한 105명의 무역인은 무역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앞날을 내다본 선각자였다. 5일이 제52회 무역의 날이었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을 기념하는 뜻으로 정해진 무역의 날을 맞아 설립자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며 무역 최강 한국을 만드는 데 무역협회가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