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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내국인 역차별'

현 최저임금엔 기본급만 산입

송재희상근부회장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안산역 1번 출구로 나와 지하도를 건너면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주민센터 벽면에는 58개국 국기로 만든 키다리 아저씨 조형물이 있고 갈림길에는 나라별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주민의 70%가 외국인으로 일명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는 다문화특구 지역이다.

이곳에 외국인 마을이 조성된 것은 반월·시화공단이 있기 때문이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늘어나자 외국인 집단 거주지가 생긴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 1990년대 초반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해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는 27만명이 넘고 제조업의 경우 약 3만7,000개 사업장에서 17만4,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인력 수요도 계속 늘어 상당수 지방 소재 영세기업은 외국 인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평균 임금 인상률의 두 배를 뛰어넘자 이들 영세기업의 부담이 매년 커지고 있다. 이는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도록 돼 있어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저임금법상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비용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기본급뿐인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숙식비·관리비 등의 추가 부담은 최저임금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대다수 외국인 근로자는 연장·휴일근로까지 하기를 원한다. 숙식을 제공하지 않거나 일감이 부족해 근로시간이 적어지면 사업장 변경을 통해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사람 구하기 어려운 영세기업에는 큰 타격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인건비는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정할 경우 내국인 대비 19.9% 많은 192만원 수준으로 이 중 숙식비 등 간접인건비 비중이 32만원에 달했다.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운 영세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성 대비 높은 인건비에 허덕이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경기도의 한 금형업체 사장은 내국인 신입직원의 월급이 169만원인데 외국인 근로자에게 월 220만9,000원을 지출한다고 한다. 인건비 부담이 적다고 알려진 외국인 근로자에게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1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기숙사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숙소 관리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이 비용이 1인당 월 60만원에 달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허가제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을 포함해 명목상 최저임금액과 기업들이 실제 체감하는 최저임금액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대다수 선진국도 최저임금에 기본급 외 상여금, 각종 수당과 현물급여, 숙박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미달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기본급과 일부 특수수당 외에는 인정되지 않는 좁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다. 선진국 수준의 인상액을 논의하기 전에 최저임금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제도개선 논의가 활발하지만 협상 타결로 이듬해 최저임금액이 고시되면 제도개선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몇 년째 최저임금 심의에 곁들여 논의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가 조속히 개선돼 영세기업의 시름이 덜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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