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납북자 가족이 포함된 이산가족 2차 상봉단 254명과 북한 가족 188명이 지난 24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 행사에 이어 25일에도 만나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상봉단 중 남측의 이복순(88) 할머니는 1972년 납북된 '오대양 62호'의 생존자인 아들 정건목(64)씨를 만났다. 정씨는 휠체어에 앉은 이 할머니를 보자마자 그대로 달려가 "엄마"를 외치며 품에 안고는 눈물을 터트렸다.
이번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98세 구상연 할아버지는 65년 만에 북측의 두 딸 송자·선옥씨를 만나 큰절을 받았다. 아빠와 헤어질 때 6세·3세이던 두 딸은 어느덧 71세와 68세의 노인이 됐다. 구 할아버지는 두 딸과 헤어질 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25일 꽃신을 두 딸에게 건네며 65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구 할아버지는 "1950년 9월16일 그때가 추석이었는데 갑자기 황해도 월장에 있는 광산에 간다고 오후4시까지 월장항에 집결하라고 하더라. 사실 그게 인민군 모집이었던 건데, 당시 나는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상봉에서 일부 북한 가족들은 남측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거나 "가족끼리 만나는 데 얘기도 못 하게 왜 이러느냐"며 접근을 거부하는 등 전반적으로 1차 상봉보다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한 남측 가족은 "어떻게 사는지 못 묻겠더라. 우리도 어떻게 산다고 말을 못하겠고 그쪽에도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당 간부, 교수 등 지도층 위주로 구성된 북한의 1차 상봉단과는 달리 남측 가족의 신청에 따라 구성된 2차 상봉단에 대해 북한 당국이 통제를 강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은 26일 오전9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상봉 행사 이후 남북 당국 회담,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상시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8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이뤄진 '8·25 합의'에 따라 남북 간 민간교류,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고 앞으로 당국 회담이 남았다.
북측 상봉단장인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장은 24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 만찬 직후 취재단과 만나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남측 김성주 총재와도 많은 내용을 협의했다"며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경훈기자·금강산=공동취재단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