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글로벌 기축통화 도전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는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편입시켰다. SDR는 IMF 회원국이 정해진 조건에 따라 IMF로부터 자금을 인출할 때 쓰는 일종의 기준통화다. 현재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파운드화, 일본 엔화로 구성된 SDR 바스켓에 위안화가 포함됐다는 것은 위안화가 글로벌 5대 통화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은 중국이 추진하는 금융개혁에 중요한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SDR 바스켓 편입으로 위안화가 달러에 이어 2대 글로벌 경제통화가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저우 총재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무역결제의 33% 이상이 위안화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DR 바스켓 편입비중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 편입 초기 14~16%의 구성통화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10%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투자은행(IB)들은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 후 최대 6,000억달러의 위안화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부적으로는 경기둔화와 시장 혼란으로 회의론이 고조된 시진핑 정부의 개혁조치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위안화가 당장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달러 의존도를 줄여 '달러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은 만들겠지만 달러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신뢰도 제고도 글로벌 기축통화 대열 합류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에 이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는 통제와 조작의 얼룩이 크기 때문이다. 황이핑 인민은행 고문은 "인민은행이 응대해야 할 고객이 많아졌다"며 "시장과 좀 더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 집행이사회가 중국과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해 규칙을 변칙적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통계자료와 정책의 투명성은 중국 정부가 해결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경기둔화를 핑계로 미뤄둔 중국의 금융 개방과 개혁에 대한 압박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위안화 환율 추이도 관심사다. 일단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약세를 유지하며 SDR 바스켓 편입이 시행되는 내년 4·4분기 이후에는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3962위안으로 지난 8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SDR 편입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위안화 절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위안화 국제화보다 당장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위안화 절하가 추세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중국 무역적자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SDR 바스켓 편입과 함께 위안화 절하를 동시에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수출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체질 변화를 꾀하는 만큼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소비 확대 효과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경기상황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추세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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