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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장타자 이정민·박성현
"3~4개 홀 드라이버 못 잡을 듯… 장타 이점 누리기 힘든 그린"
세밀함이 강점 홍진주·윤채영
"전략적 플레이가 중요한 코스… 정확히 치면 좋은 성적 나올 것"
"16~18번 홀 승부처" 한목소리
"강풍 땐 파도…" 고개 젓기도
"드라이버를 잡지 못할 홀이 3~4개는 되네요."(이정민)
"정확하게만 치면 스코어가 괜찮을 것 같아요."(윤채영)
장타자와 교타자 중 누가 웃을까.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어느 해보다도 장타와 상금 랭킹이 정비례 관계를 보여 왔다. 상금순위 톱10 안에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10위 이내 선수가 5명이나 포함돼 있다.
하지만 30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2015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는 장타자의 우위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경남 거제의 드비치 골프클럽(파72·6,482야드)에서 공식 연습 라운드를 치른 선수들은 코스 공략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너무 길게 치면 아웃오브바운즈(OB)나 해저드 위험이 높아 티샷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드라이버 샷 1위(평균 256.2야드)에 올라 있는 박성현(22·넵스)은 "파5 중에는 아이언 티샷을 해야 하는 홀도 있고 세컨드 샷 지점의 굴곡이 심해 장타의 이점을 누리기 힘들다"면서 오히려 몇몇 짧은 파4홀에서 버디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7번홀(파5·481야드)은 전체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티샷 낙하 지점의 페어웨이 폭이 좁은 탓에 이날 4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려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2012년 이 대회 우승자이자 국내 대표 장타자 이정민(23·비씨카드)도 "드라이버를 잡지 못할 홀이 서너 개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홀에 따라 최대한 전략적으로 티샷 방향과 클럽을 선택하고 지켜야 할 홀과 타수를 줄여야 할 홀을 구분해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교함을 자랑하는 중견 홍진주(32·대방건설)와 윤채영(28·한화)은 코스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홍진주는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코스를 좋아하는 편이라며 페어웨이와 그린 관리 상태도 아주 좋다고 했다. 윤채영은 "코스가 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면서 "4개의 파3홀이 모두 어려운 편이다. 무리하지 않고 정확하게만 치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장타자와 교타자의 승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판 그린도 승부처다. 골프장 측은 대회 기간 그린 스피드를 3.6m가량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린 스피드는 1m 정도 길이의 막대인 스팀프미터라는 도구를 30도 정도 기울이고 볼을 놓았을 때 굴러가는 거리로 나타낸다. 툭 쳐도 3~4m는 굴러가는 정도의 빠르기다. 더욱이 그린은 보통 2~3단으로 이뤄져 핀 위치에 따라 난도가 확 달라진다.
승부홀로는 16~18번홀이 꼽혀 최종일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16번홀(파4·390야드)은 길이가 긴 데다 페어웨이 폭이 좁고 그린 전면이 높아 두 번째 샷에서 긴 클럽을 잡아야 한다. 17번홀(파3·190야드)은 이 골프장에서도 환상적인 경치를 자랑하는 대표 홀이지만 공략은 가장 까다롭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내려다보면 그린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정민이 5번 아이언 티샷을 해야 할 정도로 길고 그린 앞쪽 좌우에 벙커가 있으며 티샷이 벙커보다 더 벗어나면 OB가 날 수도 있다. 선수들은 특히 바람이 불 경우 파 세이브도 쉽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8번홀(파5·548야드)은 완만한 오르막에 그린도 약간 솟아 있어 실제 거리는 600야드 가까이 된다. 티샷이 떨어지는 부분은 지면의 굴곡이 심해 두 번째 샷을 할 때 클럽 선택이나 타깃 설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대회는 30일부터 11월1일까지 매일 정오부터 오후5시까지 SBS골프채널이 생중계한다. /거제=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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