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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중위권의 혼란이 커진데다 정시모집 인원이 줄어 정시지원 전략이 어느 해보다 중요해졌다. 메가스터디 등 입시기관 전문가들은 정시지원 전략을 세울 때 자신의 시험성적 분석, 대학별 모집요강 분석, 최근 입시동향 파악 등 3단계를 거쳐 지원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1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6학년도 정시 모집인원은 전체 대학 신입생 모집인원의 32.5%인 11만6,162명이다. 이는 지난해(12만7,569명)와 비교하면 1만여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서강대가 지난해보다 3.8%포인트 줄었고 경희대(-2.7%포인트), 서울시립대(-2.6%포인트), 고려대(-0.6%포인트) 등 상당수 대학이 감소했다. 수시 이월인원에 따라 실제 정시모집 인원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시 문턱이 좁아진 것이 현실이다. 수능시험이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된 점도 수험생들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 올해 수능시험에서는 수학A형, B형, 영어 만점자는 각각 전체의 0.31%, 1.66%, 0.48%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학A형, B형, 영어 만점자 비율이 2.54%, 4.3%, 3.37%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높아졌지만 일부 상위권 학생의 성적이 하락하면서 중위권은 혼란에 빠졌다. 9월 모의평가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손에 쥔 학생들이 소신 지원을 해야 할지, 하향 지원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올해 정시 전략과 관련해 입시 전문가들은 3단계 스텝을 밟아 신중하게 지원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수능 성적표를 분석하는 것이다. 국어·영어·수학·탐구영역 가운데 어느 과목을 잘했는지 우선 파악해야 한다. 비슷한 성적의 수험생들과 비교해 점수가 잘 나온 과목이 있다면 체크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한다. 가령 인문계열 응시 수험생 가운데 국어B·수학A·영어를 상대적으로 잘 본 반면 탐구영역의 성적이 좋지 않다면 성균관대 인문계열이 한양대 인문계열보다 유리하다. 성균관대 인문계열은 국어·수학·영어·탐구 반영 비율이 3대3대3대1인 반면 한양대 인문계열은 1대1대1대1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대학별 모집요강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다. 대학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반영 비율과 실질 반영 비율의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고려대 등은 수능 90%와 학생부 10%를 반영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학생부 활용은 미미하다. 연세대의 경우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을 1등급 받을 경우 50점 만점이다. 2등급은 49.75점으로 간극이 0.25점에 불과하다. 수능 성적대가 비슷한 학생들이 촘촘하게 밀집돼 있을 경우 이 점수도 당락을 좌우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점수 차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서울과학기술대는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을 1등급 받으면 200점 만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2등급이라면 199점을 받게 돼 점수 격차가 1점이나 발생한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이처럼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이 높아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면 상당히 불리해진다. 수험생들은 따라서 학생부의 형식상 반영 비율보다 실질 반영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를 꼼꼼하게 따진 뒤 지원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학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반영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은 탐구영역과 관련해 수험생이 어떤 과목에 응시했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백분위를 활용한 자체 변환점수를 반영한다. 가령 이번 수능에서 사회탐구 경제 과목에서 만점을 받으면 표준점수 69점, 한국사에서 만점을 받으면 63점을 받는다. 이 경우 6점의 점수 차가 생기지만 서울대 기준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면 경제 과목의 만점자는 65.45점으로 점수가 하락하고 한국사 과목의 만점자는 64.1점으로 점수가 오른다. 점수 격차가 1.35점으로 확 줄게 되는 것이다. 또 대학에 따라 변환표준점수가 다르게 나오기도 해 각 대학에서 발표하는 탐구영역 변환 점수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1~2점으로도 당락이 바뀌는데 변환표준점수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입시 변수와 동향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정시 입시 변수를 살펴보면 모집군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에는 서울대가 모집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바꾸면서 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이 모집군을 변경했다. 올해는 중앙대 자연계열이 '가' '나'군에서 '가' '다'군으로 변경하고 한국외대가 '다'군 모집을 폐지한 것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다. 또 성균관대·한양대처럼 '가' '나'군에 나눠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는 어느 군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대학의 입학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경쟁률, 모집단위별 추가합격 비율 등을 사전에 알아보고 지원 전략을 짜면 도움이 된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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