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안에 대해 "갈등과 논란이 4년 더 연장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년 가까이 논의됐던 사회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결국 차기 정부로 '폭탄을 떠넘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방안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해석도 제각각이다. 법무부는 사시 폐지 4년 유예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1년에 폐지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유예의 전제조건이 존치가 아닌 폐지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하지만 개선 대안 내용에는 사시 존치안이 포함돼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사실상 존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에서부터 "원래대로 사시 존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무부서인 법무부와 로스쿨 제도를 맡고 있는 교육부로서는 앞으로 4년이라는 유예기간에 이 같은 갈등을 막고 법조인과 국민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시 존치 찬성 80% 여론에 '당장 폐지는 어렵다' 판단=법무부가 이번 결정에 앞서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시 존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5%를 차지했다. 법무부가 당장 현행법대로 2017년 사시 폐지를 주장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사시 존치를 주장하기에는 과거의 국민적 합의를 저버려야 하는데다 당장 법안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었다. 법무부가 4년 유예라는 절충안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봉욱 대검찰청 법무실장은 이와 관련해 "주무부서 입장에서 사시 존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내년 2월이면 마지막 사법 1차 시험이 치러지는데 그 이후 사시를 준비하는 이들이나 국민들의 관심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입장 정리를 늦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폐지 대안에는 '사시 존치' 포함=법무부는 사시 폐지를 4년간 미루는 대신 그동안 2021년 이후의 법조인 양성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법무부가 유예기간에 검토하겠다는 대안 가운데 사시 존치안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대안은 크게 세 갈래로 그 가운데 하나가 사시를 존치시키되 연수원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사시 존치가 논의될 경우 현행 사법연수원과 달리 별도 대학원 형식의 연수기관을 설립해 제반 비용을 자비로 부담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일본식 예비시험제도 도입도 검토에 나섰다. 현행 변호사 시험제로 법조인 양성 경로를 일원화시키는 대신 사시와 유사한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방법이다. 사시와 로스쿨 제도의 절충형인 셈이다.
또 다른 방법은 '현대판 음서제'나 '법을 모르는 법조인' 등 그동안 지적 받은 로스쿨의 문제점을 해결해 현행법대로 결국 로스쿨로만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유예기간에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들도 로스쿨에 다닐 수 있도록 등록금을 15% 정도 낮추고 저소득층 생활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앞선 과제는 4년간 더 이어갈 사시를 어떻게 운영할 지다. 폐지하기로 한 사시가 4년 연장됐다는 것은 4년간 예정에 없던 추가 법조인이 생긴다는 의미인 만큼 내년 100명, 2017년 50명으로 맞춰진 사시 합격자 수와 로스쿨 정원에 대한 논의도 내년까지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시 존치·폐지론자 모두 "혼란 더 커졌다"=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기 전 교육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시 폐지 입장을 고수하던 교육부는 이날 법무부의 발표 이후 "2021년이 지나면 사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로스쿨 측의 반발은 거세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4일 긴급 총회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한 데 이어 개별 대학원의 로스쿨 학생들은 자퇴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강은혜 로스쿨 학생협의회 부협의회장은 "자퇴 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각 학교 회장들과 의견 개진 중"이라며 "법무부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성급히 미봉책을 냈다"고 반발했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던 측인 대한변협은 "사시를 존치하기로 한 정부의 입장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시 존치 결정을 사실상 4년 후로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정혜진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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