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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들은 인문학이라는 말을 입에 곧잘 올린다. 취업 무대에도 '취업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소품이 등장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교육부는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일주일간 '2015 인문주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시작했던 인문주간이 벌써 10주년을 맞이하다니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인문학 정신으로 풍성해진 것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정책과 경영의 베일을 벗고 둘러보면 그런 바람은 곧 초라해지고 만다. 지하철에서는 대부분 모바일게임에 얼굴을 파묻고 삼삼오오 모여 주고받는 대화에는 드라마와 연예인 이야기가 우선인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에 열성이라는 관공서와 기업들이 그리 크게 변모해가는 것 같지도 않다. 달리 길이 없는 대중들도 입맛에 맞게 달콤한 책과 강연에서만 인문학을 찾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인문학 열풍'에서 말하는 그 인문학이 과연 실체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일찍이 인간 중심적인 인간학을 비판했던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자신의 '책'을 두고 했던 말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쓴 책을 생뚱맞게도 '경험-책'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경험은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인 경험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완전히 낯선 경험,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없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경험을 말한다. 그것은 어려워도 좋다. 오히려 괴이하기 짝이 없는 문장들로 쓰인 고전들을 돌파하는 경험이 새로운 자신을 단련시킨다.
인문학에도 온전히 이런 의미를 돌려줘야 할 것이다. 오로지 자기를 바꾸고 나아가 그 변화가 내 주변과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할 때에야 비로소 인문학은 온당한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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