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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일찌감치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를 주목해 왔다. 15년만에 세계적인 바이오산업 허브로 성장한 저력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서울이 잘 할 수 있는 미래 성장산업도 바이오나 안티에이징(항노화) 산업을 꼽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4월 동대문구 홍릉 일대에 바이오·의료 연구개발(R&D) 특화 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이 곳에 서울판 '바이오폴리스'를 심겠다는 것이었다.
홍릉 일대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고등과학원, 고려대와 경희대 등 6개 종합대학이 들어서 있어 기초연구 인력이 탄탄한 데다, 고대병원과 경희의료원 등 임상연구기관도 있어 바이오 산업의 허브로 성장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특히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 등을 육성하는 기관인 한국 기술벤처재단도 자리해 있다.
서울시는 홍릉일대를 바이오·의료 R&D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리에 2017년을 목표로 '홍릉 바이오·의료 R&D 앵커'를 조성한다. 앵커시설은 3개 건물로, 각각의 건물에는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입주 공간, 지역주민 커뮤니티와 공동 프로젝트 연구 공간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를 위해 시는 대학이 보유한 기초인력과 바이오 의료 관련 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공동연구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해당 기술의 상용화도 지원한다. 또 입주 기업에게 임대료 감면과 같은 세제혜택은 물론 서울형 R&D 사업연계 등의 유인을 제공한다. 바이오 의료펀드 등을 통한 자금지원도 추진된다.
서울시가 이 같은 의지를 보이자 민간기관들도 속속 홍릉일대로 모여 들고 있다. 고려대는 안암·정릉캠퍼스에 바이러스와 감염병, 미래형 의료기기 등을 연구하는 첨단의료과학센터인 '케이유매직(KU-MAGIC)' 건립을, 경희대는 환자를 수술한 뒤 인문·예술적 지식을 활용해 치유하는 모델을 핵심으로 하는 '후마니타스 암병원'을 건립을 발표했다. 이밖에 KIST는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 콤플렉스'를 세운다. 이렇게 되면 유기적인 민관 협력으로 의료 전문 인력과 바이오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홍릉 주변 카페에서 자연스레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벤처가 만들어 지는 거대한 창업생태계가 만들어 지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서울시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폭적인 세제나 자금지원이 가능해야 하고, 도시계획상의 규제완화 등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과감하게 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남숙 서울시 홍릉클러스터 팀장은 "홍릉을 글로벌 신약개발이나 의료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민간 기관들의 아이디어를 잘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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