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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 변호사' 주연 이선균 "악보 그리듯 연기… 화려한 법정 스릴러 즐기세요"

홈쇼핑·김제동 토크 콘서트 보며 대사 속도 조절·쇼맨십 등 표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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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변호사'가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긴 하지만 백퍼센트 리얼 법정을 추구한 건 아니에요. 법정에 가보니 예배시간 같이 졸리기도 하던데 그보다는 화려한 쇼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실제로 홈쇼핑이나 김제동씨의 토크 콘서트 등을 보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반응을 끌어내는 표현을 연구했어요. 어떤 순간에는 말하는 속도를 바짝 올리고 다른 순간에는 톤을 낮추는 대신 쇼맨십을 하고, 마치 악보를 그리듯이 연기 작전을 짰죠."

배우 이선균(40·사진)은 8일 개봉한 영화 '성난 변호사'에서 변호사 '변호성'을 연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변호성'은 '이기는 게 정의'라고 공공연하게 떠들며 사건 조작도 서슴지 않는 승소율 99%의 에이스 변호사. 하지만 재벌가에서 의뢰받은 한 살인 사건 탓에 궁지에 몰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약간의 조작과 치밀한 조사로 의뢰받은 용의자를 무죄 선고 일보 직전까지 데리고 오지만 결정적 순간 피고인이 살해 사실을 자백함으로써 패소는 물론 증거 조작의 오명까지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는 것. 이선균은 에이스 변호사의 허세에서부터 궁지 끝에 폭발하는 명품 '짜증 연기'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영화를 속도감 있게 끌고 간다.

재벌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여름을 강타한 '베테랑'과도 닮은 영화에 대해 배우는 "같은 시기에 안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성난 변호사'는 재벌과 사회 문제를 담으려 한 영화가 아니라 여러 재미난 소재를 어떻게 맛깔나게 버무려 관객들을 2시간 동안 즐겁게 할까를 고민한 오락영화"라고 선을 그었다.

"변호성은 약간 날라리 같으면서도 자기 능력에 대해 확신이 있는 인물인 거죠.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뭔가 정의를 구현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너희 지금 나 갖고 논거냐?'고 생각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자신의 능력으로 다시 일으키려고 했다 할까요. 앞으로도 변호성은 그다지 정의롭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가벼운 듯 진지한 듯 말하는 배우의 모습이 영화 속 '변호성'과 참 닮아 보였다. 역할이 이선균을 위한 맞춤 옷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에 그의 의견이 직·간접적으로 많이 반영됐기 때문일 테다. 영화를 연출한 허종호 감독과 학교 동문이자 친구인 이선균은 '성난 변호사'의 투자가 결정되고 스텝이 꾸려지기도 전에 합류했다. '부동산 마실 나가듯' 사무실에 나가곤 했다는 배우는 "친구라서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좋았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고, 이왕 출연할 거면 내가 빨리 결정을 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그 때문인지 몰라도 투자·심의도 빨리 통과할 수 있었고 후회 없이 찍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나를 보고 이만큼 투자했으니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내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간다'를 찍으면서 그 생각이 참 어리석고 좁았다는 걸 깨달았죠. 영화를 만드는 데 무수한 노력이 있다는 걸 느꼈고, 나 역시 그 책임을 져야 하는 한 사람이라는 걸 안 거죠. '끝까지'가 전환점이었다면 '성난 변호사'는 그 생각을 가지고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에요. 아쉬움 없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홍보도 열심히 뛰고 있잖아요.(웃음)"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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