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인이 무릎 꿇은 남자의 어깨에 칼을 얹고 기사작위식을 하는 19세기 명화 속 기사의 이미지는 대중의 마음에 남아있는 낭만적인 중세의 모습일 뿐 역사적으로 유럽의 중세시대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죠.”
7일 동대문도서관에서 열린 안인희(사진) 박사의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북유럽신화의 세계’ 네 번째 강의에서 중세 기사들의 세계와 십자군 전쟁이 낭만적인 모습으로만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같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중세 기사도 문학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 박사는 인류 문명에서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를 구분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부터 시작했다. 중세를 끝내고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14~16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1450년대), 신대륙의 발견(1492년),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 등 네가지로 압축된다. “고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찬란했던 문명을 이뤘다면 중세 유럽은 임자없는 땅으로 1,000년의 세월을 보냈어요. 전쟁에 전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시대였으니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절대군주는 14세기에 들어서면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중세는 종교가 왕권의 위에 군림한 시대였던 것입니다.”
북유럽신화에 관한 강좌에서 중세 유럽의 역사를 다루는 이유는 지금 접하는 북유럽신화의 모태가 9~13세기에 걸쳐 고대 아이슬란드어로 기록된 고문서 ‘에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중세 기사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 안 박사는 북유럽신화는 기본이 판타지로 절대 반지, 성배 그리고 영웅이야기 등의 근원이라는 설명이다.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톨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기독교 세계의 예루살렘 정복을 그린 영화 ‘킹덤 오브 헤븐’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적 콘텐츠가 북유럽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강의는 돈과 권력의 상징인 절대 반지와 최후의 만찬에 사용한 잔이자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피를 받았던 잔으로 알려진 성배의 전설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북유럽신화에 전해지는 지구르트의 반지와 파르치팔의 성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에 수강생들의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서구의 영웅들의 모험담과 인간의 권력과 욕망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북유럽신화와 만나게 됩니다. 중세 유럽의 기본적인 역사를 알고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서 문학을 접하게 되면 서양과 동양의 문명이 어떻게 진화발전해 왔는지를 보다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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