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페라는 어렵고, 보고 있으면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안 보내주고, 엄마가 보고 싶어지고…”
극 초반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대사에 공감한다면 ‘이 오페라’를 권한다. 아름다운 음악은 기본이요,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한국어 가사와 대사, 재기발랄한 연기까지. 지난해 초연의 호평에 힘입어 재공연에 들어간 ‘리타’는 ‘오페라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유쾌하게 날려보낸다.
리타는 구스타브 바에즈의 대본을 바탕으로 1841년 도니체티가 작곡한 단막 희가극이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지만, 성질 나쁘고 기 센 여자 리타, 그녀와 살지 않기 위해 뻗대는 전 남편 가스파로와 현 남편 베페의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와 전미도가 각각 연출·드라마트루그를 맡은 이번 작품은 50분짜리 도니체티의 원작을 90분으로 늘려 관객의 이해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희극적인 요소도 더 가미했다.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로 된 기존 오페라와 달리 한국어로 번안된 대사와 가사는 귀에 착착 감긴다. 오페라에서 ‘개 풀 뜯는 소리 하지마’라는 차진 욕과 ‘풍진세상, 이 한 몸 쉴 곳 없겠습니까’ 같은 대사를 듣게 될 줄이야.
지난해에 이어 성악가 장유리(리타 역)와 뮤지컬 배우 이경수(베페 역)와 최재림(가스파로 역)이 출연하고, 도니체티 역에 뮤지컬 배우 조순창이 새롭게 합류했다. 음악은 피아노 2대로만 연주되며, 팝 피아니스트 이범재와 뮤지컬 ‘쓰릴미’에서 멋진 선율을 선보인 곽혜근이 반주를 맡았다.
“중형차처럼 묵직한 맛은 없지만, 누구나 올라타고 경치를 감상하기엔 제격이다.” 양준모 연출의 말처럼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문턱을 크게 낮춘 오페라 ‘리타’는 15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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