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화적 시위를 보장했는데 쇠파이프와 횃불이 난무했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평했다. 이날 서울 도심 일대에서 민주노총 등 53개 농민·노동·시민단체가 개최한 '민중총궐기대회'는 집회참가자들의 폭력시위와 경찰의 물대포 대응이 밤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혼돈과 무질서로 얼룩졌다. 특히 쇠파이프와 돌멩이를 든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현웅 법무부 장관은 15일 전날의 시위와 관련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과격 폭력시위가 또 다시 발생했다"며 "'불법필법'의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특히 경찰버스 파손과 같은 국가가 입은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는 물론 민사상 책임도 함께 묻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등 주최 측 추산 13만명, 경찰 추산 6만 8,000명이 참가한 민중총궐기 대회의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의 '차벽'을 뚫으려고 격렬한 시위를 펼치면서 경찰 113명이 부상당하고 경찰버스 50대가 파손됐다. 경찰은 폭력시위를 벌인 51명을 연행해 조사중이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께부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이 설치한 차벽에 행진이 막히자 일부 흥분한 참가자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시위대는 길가에 놓인 공사용 구조물을 해체해 얻은 쇠파이프로 차벽으로 이용된 경찰 버스의 창문을 때려 부수고 준비한 밧줄을 바퀴와 창틀 등에 묶어 차량을 끌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바닥에 있는 보도블록을 빼내 경찰 버스와 경찰관들을 향해 던지는 아찔한 모습도 보였다. 시위가 막바지에 달한 오후 9시 40분께에는 약 40∼50명이 횃불을 들고 경찰 차벽 앞에 줄지어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 측 주장은 다르다. 경찰은 캡사이신이 함유된 물대포를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등 과잉진압에 나선 것이 원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전남에서 올라온 농민 백모(69)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고 29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씨는 늦은 밤 서울대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여전히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물대포를 무차별적으로 발사한 경찰과 쇠파이프 등을 휘두른 일부 과격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집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했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폭력시위 재연'이라는 상처만 남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회 당일 세종로 사거리를 지나가려던 한 시민은 "정부의 개혁도 반대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도 찬성하지 않지만 과격 시위 또한 공감하지 못한다"며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평화적 시위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