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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방문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비 헌화를 통해 한미 양국은 '피로써 맺어진 혈맹'임을 알리는 것은 물론 미국 조야(朝野)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도론을 불식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4일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방문이었다.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서는 양국 간 우주 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등 '뉴 프런티어(New Frontier)' 분야를 개척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더드 우주비행센터는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센터로 허블 망원경 관리를 담당하는 등 미국 첨단 우주·항공산업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더드 우주센터는 워싱턴에서 10㎞ 거리에 있지만 외국 정상이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지난 6월에 휴스턴 나사 본부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방미 자체를 연기하면서 나사 방문도 무산됐다.
박 대통령의 나사 우주센터 방문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외 경제협력 분야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우주, 항공, 달 탐사 등 첨단 분야로 더욱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공공외교 차원에서 전개하게 되는 뉴 프런티어 분야의 핵심이 우주 개발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주 개발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나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우주 개발 의지는 남다르다. 2012년 대선 때는 '달 탐사 계획'을 당초보다 5년 앞당기는 공약을 내걸었고 올 5월에는 과학기술자문회의를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우주 개발 행보'는 선친의 행적과 매우 닮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 5월 미국 방문 당시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로켓 발사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최초의 달 착륙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1969년 방한했을 때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국 17개 시도에 혁신센터를 마련하는 등 국내에서 창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범위를 우주와 항공 분야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나사 우주센터를 방문한 뒤 바로 이어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했다. 양국 기업들은 엔지니어링, 우주, 바이오, 에너지 신사업, 보건의료 등 최첨단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는 166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지난달 초 중국 방문 당시의 사절단 159명을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사절단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비중은 84%로, 이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해외 출장에 동행했던 중소기업 평균치(73%)를 넘어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14일 오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는 기념비 제작 20주년이 되는 해로 6·25전쟁을 '잊혀진 전쟁'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전쟁'으로 재조명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에 참전해 희생하신 분들과 역대 사령관들께 국민을 대표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번영한 것도 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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