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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총생산의 37%, 무역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최종 타결되면서 나라별,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TPP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시장은 TPP가 초래하게 될 손익을 따지느라 벌써 분주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TPP로 가장 큰 이익을 누리기 될 최고의 '위너'는 일본 자동차 업체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전자 및 의류업체들이다. WSJ는 TPP가 발효되면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던 관세 2.5%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라며, 이로 인해 일본 도요타와 후지중공업은 최고의 TPP발 호재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자동차업계의 이익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WSJ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가 현재도 상당히 낮은 수준인 데다, 그나마 완전철폐까지는 25년이 걸린다는 점을 들며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횡재'라고 부를 정도의 이익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장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전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십여 년 전부터 관세와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생산공장 상당수를 미국으로 이전한 것도 TPP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의 미국내 공장 수는 26곳에 달한다.
TPP에 참여하지 않아 한 순간에 아태지역 경제동맹의 외톨이로 전락한 한국의 경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한순간에 '위너'에서 '루저'로 전락했다. 자동차 관세를 철폐한 한미 FTA로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는 기술 경쟁력을 가격 경쟁력으로 만회해왔으나, TPP로 인해 이런 비교우위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TPP로 뜻밖의 이익을 보는 한국기업도 있다.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둔 의류업체들이다. 베트남에 공장을 보유한 의류업체들은 관세 인하 혜택을 톡톡히 볼 것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WSJ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한세실업이 총 생산량의 60% 가량을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고, 태평양물산도 의류 생산의 절반 가량이 베트남 공장에서 나온다는 점을 들어 이들 기업을 TPP의 수혜 기업으로 꼽았다. 또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의 주요 IT기업들은 이미 TPP참여국 대다수와 양자 FTA를 체결한 만큼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대표적인 TPP의 '루저'로 분류됐다. 특히 타이어·유리 등 노동집약적 자동차 부품 수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장쭌이 롤랜드 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트는 "중국 자동차 부품 회사들은 장기적으로 공장을 베트남 등 동남아의 TPP 참여국으로 옮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 액세서리 회사인 조이슨일렉트로닉스 등 이미 상당수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중국 기업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조이슨 일렉트로닉스의 해외 생산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 회사의 첸양 닝보 대변인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중국 내부에서 판매하고 수출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의 제약 및 중장비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공장의 해외 이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온 중장비업체 사니중공업과 줌리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중국은 '산업 공동화' 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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