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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수수료 지나치게 낮아" vs 대기업 "경영현실 무시한 과세"

대기업-국세청 지급보증수수료 수천억 소송전
















3년 전 국내 대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으로 비상이 걸렸다. 국세청이 대기업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지급보증수수료'에 문제가 있다며 대대적인 과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자회사가 해외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현지 금융기관 대출 시 지급보증을 서주고 있다. 가령 A자회사가 보증 없이 돈을 빌릴 때 6%의 이율이 적용된다고 했을 경우 신용도가 확실한 모회사가 보증을 약속하면 이자율이 2~3%까지 낮춰질 수 있다. 모회사는 보증을 서주는 대신 자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보통 보증액수의 0.1~0.3%인 수수료율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 2007년부터 이 지급보증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해왔다. 모회사의 지급보증으로 경감된 이자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0.1~0.3%의 수수료가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정을 지적했지만 과세는 하지 못하고 속만 끓여왔다.

반전은 2011년에 일어났다. 칼을 갈아오던 국세청이 적정한 지급보증수수료를 계산하는 '정상가격 모형'이라는 회심의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국세청은 자체 개발한 재무 모형에 기초한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모자회사의 표준화된 신용등급을 도출한 후 모회사와 자회사의 신용등급 차이에 따른 가산금리 차를 정상가격으로 도출해냈다. 모자회사의 신용도 차이가 결국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 결정적인 요소라고 본 것이다.

국세청은 2012년부터 적정가격 모형을 통해 정상 수수료와 실제 수수료의 차익분에 대한 법인세를 대기업으로부터 걷기 시작했다. 특히 2006년도 법인세부터 소급적용해 자회사가 많은 대기업은 수백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이렇게 세금이 부과된 대기업은 현대·기아차, LG전자, 삼성전자, 삼성SDI, 포스코, CJ, 현대글로비스, 롯데케미칼, 두산중공업, 한국전력, 효성, 아모레퍼시픽, 동국제강, 태광산업 등 모두 15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웬만한 대기업들은 모두 포함된 셈이다.

기업들은 이런 국세청의 조치에 반발했다. 김앤장·율촌·광장 등 조세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들을 선임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에서 기업이 승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대부분이 기각이었고 기각이 아닌 건도 재조사 결정에 그쳤다.



결국 기업 150여곳 가운데 70여곳은 법원에 정식으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기업들은 "세금은 명확한 법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거둬야 하는데 국세청이 임의로 만든 모형에 따라 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는 보증을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데 국세청 모형은 보증을 받는 자회사의 편익만 반영한 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경영 현실을 외면한 과세라는 불만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세청은 자회사의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수수료도 많이 받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우리나라 경영 현실은 전체 기업그룹의 신용도를 보지 자회사·모회사의 신용도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 자회사가 초기에 사업을 확장하려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게 중요한데 과세당국의 처분대로 하면 지급보증 시도 자체가 어려워져 결국 해외사업 확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정상가격 모형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5조에 따라 은행의 신용평가 모델과 유사한 방법으로 합리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또 만약 모회사가 자사 계열사가 아닌 제3의 기업에 보증을 서줄 때도 0.1~0.3%대의 낮은 수수료를 받겠느냐는 점을 강조하며 보증을 받는 쪽의 편익을 반영해 수수료를 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당하지 않지만 조세심판원에서도 일관되게 기각 결정이 나온 만큼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와 법조계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만큼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세청의 과세 관행과 대기업의 경영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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