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체계화된 빌딩중개업 본 후 사업 결심
바닥부터 쌓아나가며 거래 프로세스 만들어
중개서 관리까지 토털서비스 회사로 성장
SK·미래에셋 등 그룹 사옥매입 중개하기도
중소형빌딩 임대관리로 제2도약 꿈꿔
고령화시대 발맞춘 창업컨설팅도 관심
각 업계에는 그 영역의 시작과 발전, 굴곡 등 역사를 그대로 통과해온 사업가들이 있다.
이들의 사업 이야기는 곧 업계 전체의 이야기가 된다. 한 분야의 산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정성진(사진) 어반에셋 대표는 빌딩중개 업계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초반 부동산중개법인을 차려 회사를 업계 최대로 키우는 등 한 획을 그었다. 또 20년이 지난 지금도 부동산에서 파생된 여러 사업을 모색하며 업을 이어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의 시초가 되다
"1994년 미국 출장에서 인생의 최초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미국 중개법인들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체계화된 영업이 눈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곧 회사를 그만두고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들어갔습니다."
1992년 모 기업체 신규사업팀에 들어가 신사업을 찾아다니던 정 대표는 미국 출장길에서 사업의 기회를 발견한다. 하지만 다니던 기업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 부동산 분야였기에 그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빌딩중개에 대해 전문적인 데이터베이스와 거래 프로세스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한 것. 1994년 그가 '포시즌컨설팅'을 차린 이유다.
그때까지 상업용 부동산은 변호사와 법무사들 위주로 지인끼리 알음알음 거래되는 상황이었다. 또 중개사들 역시 미국처럼 세밀한 정보를 제공하고 브리핑하는 전문적 영역이 아니었다.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정보를 모으고 제도를 구축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당시 서울 전역 수천 개 물건의 소유주 등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각 지역의 등기소를 찾아다니며 직접 정보를 수집했다"며 "아직도 제 컴퓨터에는 그때 수집한 자료들이 남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제위기에서 최대 업체로 도약하다
포시즌컨설팅에서 상업용 부동산 중개 위주로 사업을 해오던 그는 외환위기(IMF) 당시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는다. 정상 물건은 물론이고 은행의 부실채권(NPL) 물건들도 쏟아졌던 것. 정 대표는 "당시 서울은행 NPL 정리작업을 저희가 도맡아서 엄청나게 많은 거래를 해냈다"며 "부동산중개는 경기성장기에도 업황이 좋지만 경기가 안 좋으면 더욱 할 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회를 맞으며 포시즌컨설팅은 총 720명 상당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업체로 성장한다. 국내에만 10개 지사가 있었고 미국 LA와 홍콩 등 해외에도 3개 지사를 운영했다. 현재 국내 부동산 업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빌딩중개 에이전트들은 대부분 이 회사를 거쳐 갔다는 설명이다.
당시 포시즌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였다. 빌딩 분야에서는 중소대형을 가리지 않고 중개를 했으며 주택은 물론이고 경매까지도 진출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제도화된 빌딩관리도 이 업체에서 처음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국에서 한 번에 기법을 들여온 게 아니라 하나하나씩 실행하며 만들어갔다"며 "국내에 맞게끔 표준을 만들었으며 후발업체들이 실제로 참고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토털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다
항상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다니는 정 대표는 2003년에는 건물 시행에 나선다. 포시즌이 시행사 등에 용지 공급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 그 회사들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시행 1호가 서울 역삼동의 한 근린생활시설. 다만 이후 정 대표는 자신의 적성은 중개업무에 더 잘 맞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중개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현재 어반에셋은 연면적 3,000~1만㎡ 빌딩의 중개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PF용 사업보고서팀, 리테일사업부, 오피스중개팀, 빌딩자산관리팀, 개인오너자산관리팀 등이 있다. 실제로 어반에셋은 금융권이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PF 사업보고서를 위탁받아 작성하는 업무를 오랜 기간 해오고 있다.
특히 개인오너자산관리팀은 예전부터 정 대표가 직접 맡고 있다. 그는 "대기업 오너 일을 처음 맡은 것은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라며 "옛 한일그룹, 서광그룹 등의 업무도 했고 미래에셋그룹 태동기 때는 그룹 사옥 매입을 의뢰받고 삼성역 빌딩을 중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한번 최초, 최대를 꿈꾸다
정 대표는 최근 주택임대관리와 창업컨설팅 쪽에서 미래사업의 기회를 보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임대관리의 경우 현재 수익이 나기 어렵지만 향후 시장이 성장할 것을 대비해 준비 중이다. 창업컨설팅은 인구 노령화로 소규모 창업 수요가 꾸준히 생겨날 것을 고려해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홀로 일본을 찾기도 했다.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요즘 다시 한 번 최초와 최대를 꿈꾸고 있다. 바로 중소형 빌딩에 대한 자산관리를 통해서다.
세부적으로 그는 현재의 수수료 비즈니스가 아닌 자기관리형을 도입할 예정이다. 자기관리는 주택관리 업계에서 막 도입된 상태다. 중소형빌딩에서는 아직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는 업체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 대상 건물이 500개를 넘어야 한다.
정 대표는 "미국은 그 물건 자체를 맡아 관리하는 자기관리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형태의 관리가 없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에 맞춰 그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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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의지·가격협상 이끌어내는 심적 중개가 목표 정 대표의 경영철학 |
/조권형기자 buzz@sed.co.kr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