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 치매 노부부의 시간여행
■당신(박범신 지음, 문학동네 펴냄)=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카페에 '꽃잎보다 붉던-당신, 먼 시간 속 풍경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기도 했던 소설은,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평생의 삶과 사랑의 관계에 대해, 또 그 현상과 이면에 대해 남김없이 천착해 펼쳐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부부가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간다. 1만4,500원
고산자의 심정으로 전국을 밟으며…
■문화유산 일번지(유승훈 지음, 글항아리 펴냄)=푸른빛을 지닌 통영 바다가 감추고 있는 핏빛의 역사, 방아와 맷돌에 빗대며 펼친 춘향전의 농밀한 사랑을 간직한 광한루. 박물관 수장고와 유물정리실에서 일하며 전시를 기획하는 저자는 고산자(김정호)가 된 심정으로 나라 안 곳곳을 발로 밝으며 그 실낱같은 길을 현실감 있게 숨소리까지 되살려냈다. 1만9,000원
'좋은소설 있는 곳' 지키려는 사람들
■오봉로망(로랑스 코세 지음, 예담 펴냄)=시골 마을에 살던 거구의 남자가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그곳으로부터 떨어진 마을에서도 운전에 도가 튼 주부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중심에는 파리 한적한 거리에서 영업 중인 한 서점이 있다. 저자는 소설 전문 서점 '오 봉 로망(좋은 소설이 있는 곳)'과 이 서점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만4,500원
하루키 행적 쫓아 생활철학을 묻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임경선 지음, 마음산책 펴냄)=저자의 생활철학에 대한 이야기이자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꼼꼼하게 쓴 산문이다. 저자는 일본의 도서관 등 하루키의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노력으로 1970년대부터 2015년 현재까지 하루키의 행적을 빈틈없이 기록했다. 하루키의 생활 규칙, 저자의 삶의 방식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1만2,500원
아름다운 장면에 숨겨진 환한 지옥
■목련정전(최은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첫번째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에서 고통스러운 삶의 면면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강한 의지를 담아냈던 저자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아홉 편의 소설을 통해 지옥의 얼굴을 그렸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말했던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아름다운 장면들 안에 숨겨진 환한 지옥들이 펼쳐진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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