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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약품 5조 수출, 바이오산업 새 활로 열었다

한미약품이 잇따른 기술수출을 통해 국내 신약개발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3월과 7월 항암제·폐암치료제 기술을 수출한 데 이어 5일 당뇨신약 기술을 프랑스 업체에 팔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계약은 규모는 물론 의미 또한 남다르다.

우선 계약규모가 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의 매출이 15조원대인 점을 생각하면 전체 제약사가 한 해 거둔 매출의 3분의1을 한 회사가 단번에 달성한 셈이다. 신약개발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수 위주의 복제약에 집중됐던 국내 바이오 산업이 신약을 무기로 한 수출 중심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만하다. 차별화된 전략만 있다면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통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약품이 개발한 당뇨 치료제는 약효물질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 개발 물질의 약효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 부가가치를 높였다고 한다. 보통 하루만 유지되던 약효를 최장 한 달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혁신이 아니라 있던 제품을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도 놀랄 만한 혁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약품의 쾌거는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희망의 빛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제약 등 바이오 산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바이오 산업에 공을 들여왔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한미약품도 하루아침에 글로벌 업체들이 탐낼 신약 원천기술을 확보한 게 아니다. 멀리 내다보고 꾸준히 투자했기에 가능했다. 2007년 이후 매년 매출의 10%, 지난해부터는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바이오 분야에 끈기 있는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한미약품의 쾌거에도 불구하고 우리 바이오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우리 업체가 신약을 생산까지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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