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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럽다. '도대체 이 그림은 어떻게 봐야 한단 말인가?' 미술뿐 아니라 음악·문학·연극 등 현대예술은 종종 이 같은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예술 자체는 물론 우리의 삶과 나 자신까지 다시 보게 만든다. 위 그림은 삼청로 학고재갤러리가 한국과 중국의 수묵 거장들을 엄선해 기획한 '당대 수묵'전에서 전시장 맨 앞자리를 차지한 작품이다. 선묘로 그린 오른쪽의 표범인지 고양이인지 모를 짐승은 스포츠용품 브랜드의 상징인 '퓨마'를 떠올리게 한다. 농묵으로 그린 왼쪽의 여성 인물이 양손 높이 치켜든 낫과 쇠망치는 공산당의 상징이다. 이 용감한 소녀가 퓨마와 싸우겠다는 건지 놀겠다는 건지 헷갈린다. 중국 작가 웨이칭지는 지난 1980년대 중반 자신이 겪은 중국의 경제 개방의 느낌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다. 중국 사회 깊숙이 침투한 자본주의는 공산주의가 맞서야 할 상대인 동시에 공존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운치와 여백을 중시해 온 동양미학의 그 꼿꼿한 정신세계는 지키되 시대의 고민과 현실을 담아 파격적으로 변신한 현대수묵화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다. 11월29일까지. (02)720-1524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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