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등 고정자산투자 많아 거품붕괴 땐 실물경제 큰 충격"
부동산도 부채 담보물로 사용돼 금융권 위기 전이 가능성 고조
증시 하락도 日 침체기와 비슷
전문가 "구조개혁 성공이 관건"… "장기침체 우려 섣부르다" 반론도
중국이 거품경제를 제때 해소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저성장 시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과도한 고정자산 투자, 부동산 거품, 증시품 등이 일본의 1990년대 초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반면 시장구조 등에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18일 미국 경제 웹사이트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이 올해 7%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며 구조개선을 통해 안정적 중속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중국식 뉴노멀인 '신창타이(新常態)'가 자칫 '저성장'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의 분석을 인용, 자본형성과 소비증가율을 살펴보면 중국의 현 경제상황이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지난 1991년 3월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SG는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과 함께 원자재 가격에 의존하는 중국과 다른 신흥국들이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SG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30%, 신흥국들의 저상장 시대 진입 가능성을 40%로 예상했다.
중국의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태그네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페티스 교수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경제 포럼에서 "중국 경제의 불균형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가파른 성장둔화 또는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거품 붕괴 우려 커지는 부동산=SG가 중국이 일본과 같은 저성장 시기 돌입의 이유로 꼽은 첫 번째는 인프라 투자 확대다. 중국의 현재 고정자산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한다. 이러한 고정자산 투자는 경제가 둔화될 경우 급격하게 감소세로 돌아서며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50~1960년대 평균 10%의 고속 성장을 누릴 당시 고정자산 투자 비중이 GDP의 20%에서 30%까지 올라갔다. 이 비중은 1973년 초 36%로 정점을 찍은 후 10년간 20%대까지 하락했다. SG는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중국 정부도 인지하고 소비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이것이 투자하락을 상쇄할 수준은 못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도 일본이 겪었던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과 비슷하다. 일본은 1980년대 말 대규모 부동산 버블을 겪은 후 20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
SG는 중국의 부동산 공급과잉이 성장률을 둔화시키며 금융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동산이 부채의 담보물로 사용되며 자칫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계는 물론 금융권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베이징·상하이 등 10대 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에서는 공급과잉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 담보가치 아래로 떨어진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이 아닌 제3금융, 개인 간 거래(P2P)의 담보물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며 금융업 파산 사례도 속출 중이다. SG는 다만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상업 부동산에 집중된 반면 중국은 대부분 많은 보증금을 내야 하는 거주형 부동산에 집중된 점을 들며 보증금이 일부 완충 역할을 해주고 있어 거품 붕괴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붕괴 시나리오도 유사=올해 6~9월 이어진 상하이 증시의 붕괴는 일본의 경제침체기 직전의 주식시장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88~1989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던 일본 증시는 1990년 이후 2년간 무려 60%나 급락했다. 상승장에서 일본 증시 주가는 순자산의 4배를 넘어서고 시가총액은 GDP의 145%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중국 증시 역시 당시 일본 상황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5월 중국 CSI300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이 3배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6월부터 3개월 동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0%나 하락하는 추락을 겪었다.
과도한 부채는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리스크다. 일본은 1980년 이후 회사채가 급증하며 1990년 GDP의 200%를 넘어섰다. 또 지방정부가 과도한 부채에 파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의 부채 증가속도 역시 이에 못지않다. 2008년 이후 회사채가 급증하며 2014년 GDP의 185%에 달했고 전체 국가 부채는 GDP의 230%에 육박한다. 중국 금융당국은 현재 중국의 부실채권 비율이 1.5%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 10월 말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1%를 넘어서기도 했다.
◇구조개혁 성공이 관건=전문가들은 "일본이 20년간의 침체를 겪었던 근본 원인은 자산거품 붕괴, 금융위기, 부채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중국 경제도 진행 중인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샤오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은 경제성장의 전환, 구조조정의 진통, 새로운 정책의 적응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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