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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크고 작은 섬들… 해안 절경 즐비
소나무 병풍 이룬 장경리해수욕장 낙조 일품
십리포해변은 물 빠지면 갯벌체험장으로
국사봉 소사나무군락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일렁이는 푸른물결 너머 송도·시화호 한눈에
가을은 끝자락을 섬에 남긴 채 남쪽으로 내려갔다. 영흥도 국사봉 언저리에 군락을 이룬 소사나무들도 계절과 작별하기 위해 붉은색 나뭇잎으로 단장을 마쳤다. 이른 아침 산에 오르는 길, 숲 속의 나무들은 바다의 습기를 머금은 채 일출을 맞고 있었다. 사방이 트인 전망대에 올라서자 북쪽의 팔미도와 실미도는 해무에 가려 형체가 희미했지만 남동쪽 바다에는 금빛 비늘 같은 잔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는 23개의 크고 작은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 영흥도·선재도·측도·부도 등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나머지 섬들은 무인도들이다. 영흥도의 동쪽에는 대부도, 북쪽 무의도, 서쪽 자월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섬들에 에워싸여 있다.
영흥도(靈興島)는 '영혼이 흥한다'는 섬의 이름에 걸맞게 인구까지 늘고 있는 몇 안 되는 섬들 중 하나다. 2006년 2,000명에 불과하던 이 섬의 인구는 2015년 현재 5,000명에 육박하고 있어 '지역의 성쇠는 지명따라 간다'는 속설을 입증하고 있다. 정찬문 문화관광해설사는 이에 대해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고 다리가 건설되면서 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흥도에 들어가려면 바다를 세 번 건너야 하는데 첫 번째가 12㎞의 시화방조제이며 이어서 선재대교와 영흥대교를 건너야 한다. 밤이면 조명을 밝혀 해안경관을 연출하고 있는 영흥대교는 한국동남발전이 영흥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선재도와 영흥도를 연결하기 위해 놓은 다리로 1997년 8월 착공해 2001년 11월 개통했다. 다리는 길이 1,250m, 너비 9.5m의 왕복 2차로로 국내 기술진이 바다 위에 건설한 최초의 사장교로 기록되고 있다.
영흥화력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원은 석탄.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한 물량으로 6개의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는데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20%를 공급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영흥도는 해수욕과 개펄체험으로도 유명하다. 장경리해수욕장은 배후에 100~150년생 소나무들이 1만평의 숲을 이루고 있는데다 백사장 폭은 30m에 길이는 2.5㎞로 규모도 적지 않아 성수기면 수천명의 피서객이 몰리기도 한다. 특히 장경리해수욕장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여름을 기약한다면 십리포해수욕장도 빼놓을 수 없다. 십리포는 영흥도 선착장에서 10리 정도 떨어졌다고 해서 얻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서어나무 군락지에 350그루의 서어나무가 식재돼 있다. 서어나무는 겨울에는 방풍막이 되고 여름에는 그늘을 제공하는데 숲은 휴가철에 한 해 한 달만 개방한다. 십리포해수욕장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당하며 간조 때 바구니를 들고 나가면 고동·낙지·게 등을 주워담을 수 있다.
계절을 감안하면 지금 영흥도에서 가볼 만한 곳은 국사봉과 목섬이다. 국사봉은 장경리해수욕장 동쪽에 위치한 산봉우리로 해발 123m에 불과하지만 영흥도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고려가 이성계에게 몰락한 다음 고려의 왕족들이 이 섬으로 피난해 봉우리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며 나라를 생각했다고 해서 국사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사봉에 이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등산로도 짧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산은 야트막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2층짜리 전망대가 있어 섬의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인천 송도 신도시와 영종대교, 시화호가 한눈에 들어오며 날이 좋으면 황해도 해주의 수양산까지 볼 수도 있다.
목섬은 미국 CNN방송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으로 선정한 곳으로 영흥도에서 선재대교를 타고 육지로 향할 때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다. 무인도인 목섬은 하루 두 번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육지에서 섬으로 가는 길이 열려 걸어서 둘러볼 수도 있다. 이 일대 바다 바닥은 모두 뻘이지만 희한하게도 육지와 목섬을 잇는 길만 모래가 깔려 있어 불편함 없이 접근할 수 있다.
특히 목섬은 겨울 설경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육지에서 섬까지는 500m에 불과해 노약자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입장료를 1,000원씩 받는다. /글·사진(영흥도)=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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