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갈색 건물에 압도되다
역사를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갈색의 거대한 건물이 서울을 찾은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아주죠.
바로 서울스퀘어 건물입니다. 지난 1968년 3월 한국철도공사(당시 철도청)에 의해 교통센터로 착공됐고, 이후 대우그룹이 인수해 1978년 5월 9일 대우센터빌딩(Daewoo Group Headquarters Building)으로 준공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 대우그룹이 파산하면서 대우건설, 금호아시아나 본사 건물로 사용돼 오다 2009년 리모델링 후 서울스퀘어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서울스퀘어는 건물 전면에 등장하는 LED 광고로도 유명합니다.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기업들의 광고 영상이 등장하는 이 광고판은 서울스퀘어가 새롭게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죠.
서울스퀘어가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또 하나의 계기가 있었죠. ‘장그래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미생’의 무대가 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부산 출신 직장인 김대범(27)씨는 “예전에는 서울역을 나오면 으레 보이는 건물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건물을 보면 장그래가 생각나요”라며 서울스퀘어가 좀 더 친숙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교통의 ‘허브’, 서울역
서울역 입구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특히, 용산, 서대문, 종로로 이어지는 버스 노선의 중심에 서울역이 있기 때문에 서울역 대중교통 환승센터는 언제나 이용객들로 넘쳐나죠. 그러나 지난 2009년 7월 25일 대중교통 환승센터가 생기기 전까지 서울역의 교통은 혼잡 그 자체였습니다. 서울역 입구와 여러 곳의 지하철 출구에 정류장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쉽사리 찾을 수 없었습니다. 또 택시 이용도 불편했습니다. 역 앞에 늘어서 있는 자동차들 때문에 택시로 접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역 대중교통 환승센터가 생기고 역 앞 환경이 정비되면서 이런 모습은 더는 보기 힘든 광경이 됐습니다. 물론 도입 초기, 바뀐 정류장에 대한 공지 미숙으로 인해 다소 혼란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혼란은 잦아들었고 시민들의 불편은 도입 이전보다 감소했습니다.
◇황혼의 문턱에서 변화를 맞이하는 ‘서울역 고가’
환승센터의 옆에는 1970년부터 40년이 넘게 서울역을 굽어보고 있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있습니다. 높이 17m, 길이 914m로, 서울 시내에 만들어졌던 고가도로 중에서 2번째로 긴 서울 도심 교통의 중심이었습니다. 1970년 서울역 고가도로가 탄생할 당시, 고가도로는 도심 교통 체증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목받았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시는 서울 전역에 모두 100여 곳의 고가도로를 설치했습니다. 도심과 부도심을 잇는 지역마다 고가도로를 설치해 원활한 교통 흐름을 구상했죠. 여기까지는 서울시의 의도대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고가도로는 변화에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2002년 동대문구 전농동 떡전고가도로를 시작으로 최근 서대문고가도로 철거까지 고가도로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서울역 고가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를 계획했습니다. 70년에 지어진 고가도로, 17m의 고가도로를 시민의 공원으로 되돌리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서울시는 당장 오는 12월 13일 0시부터 서울역 고가도로의 차량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나섰고, 국토교통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1925년 준공돼 90년의 세월 동안 스스로와 주위의 변화를 목격해 온 서울역. 많은 것이 바뀌며 달라져 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죠. 바로 서울역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입구며 출구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서울역도 궁금해하고 있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무엇이 바뀔지 말입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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