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사는 내년 긴축속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월가는 지난 11월 고용지표가 '깜짝 호조'를 기록했지만 연준이 내년에 0.25%포인트씩 3~4차례에 걸쳐 점진적이고 느리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4일 11월 고용지표 발표 직후 월가 대형은행인 16개 프라이머리딜러(연준이 공인한 정부 증권 딜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중순과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 중간값은 각각 0.75%, 1.125%였다고 전했다. 이달 인상분인 0.25%포인트를 빼면 내년에 총 0.875%포인트를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4일 미 노동부는 11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21만1,000명 증가했고 10월 취업자 수는 당초 발표한 27만1,000명에서 29만8,000명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성적표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질적 개선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11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2.3% 오르는 데 그치며 10월(2.5%)보다 낮아졌다. 또 비자발적인 시간제 근로자를 실업자에 포함한 U-6 실업률은 9.9%로 10월(9.8%)보다 상승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기미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가속시켜 미 경제가 역풍을 만날 수 있다. 3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18개 월가 투자은행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9곳은 내년에 연준이 세 차례(0.75%포인트)만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네 차례(1%포인트), 두 차례(0.5%포인트)를 예상한 은행은 각각 4곳, 5곳이었다.
이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제시한 내년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 1.375%보다 낮은 수준이다. 시장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공언한 '점진적' 금리 인상보다 더 느린 속도의 '베이비스텝'를 예상하는 셈이다. 4일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의 경우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두 차례로만 전망하고 거래됐다.
반면 옐런 의장이 "통화정책의 경로는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강조해온 만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회복세가 확연해질 경우 연준의 긴축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 FOMC 의결권을 가진 매파 인사가 올해 1명에서 내년에는 3명으로 늘어나는 것도 변수다. 로이터는 "옐런 의장이 12월에는 쉽게 기준금리를 올리겠지만 내년에는 연준 내 비둘기파와 매파 간의 이견, 엇갈리는 경제지표 등으로 추가 인상 시기를 놓고 힘든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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