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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가을, 극장가가 때아닌 스릴러 영화들로 풍년이다. 언뜻 비슷하게도 보이지만 세심히 들여다보면 제각각 매력이 있다. 코믹·법정·추적·공포 등 각양각색 스릴러를 만날 수 있어 장르 마니아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가을이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스릴러 전쟁=올 가을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내놓은 영화들에는 약속이나 한 듯 '스릴러'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릴러는 액션만큼 대중적이진 않아도 마니아층이 탄탄한 장르"라며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 가을에 맞춰 마니아층을 공략하겠다는 투자배급사들의 전략이 이런 결과를 낳은 듯하다"고 말했다.
8일 개봉한 CJ E&M의 '성난 변호사'는 법정 스릴러를 표방한다. 지난해 '끝까지 간다'로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줬던 배우 이선균이 승리를 위해서라면 약간의 사건 조작도 서슴지 않는 잘 나가는 변호사 '변호성' 역할을 맡아 고군분투한다. 영화 전반부는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법정 공방이, 후반부는 함정에 빠진 변호사가 재벌가를 향해 선보이는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22일 개봉하는 롯데시네마의 신작 '특종 : 량첸살인기'는 블랙 유머가 가득한 코믹 스릴러다. 참혹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종에 눈이 멀어 대형 오보를 내는 열혈 방송 기자 허무혁(조정석 분)이 중심인물. 차마 진실을 말 못한 채 오보가 들킬 날만을 기다리는데, 이상하게도 사건은 무혁이 꾸민 오보 그대로 벌어진다.
영화는 몇 번이나 분위기가 바뀌는데, 완전히 꼬여버린 상황에 갈팡질팡하는 허무혁을 보며 깔깔 웃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섬뜩한 스릴러의 한가운데 와있다. 마무리는 다소 씁쓸하지만, 진실을 원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현실을 그저 웃고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같은 날 개봉하는 NEW의 추적 스릴러 '더 폰'은 1년 전 살해 당한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는 초현실적인 설정 아래, 그 전화를 매개로 아내의 죽음을 막고자 고군분투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의 사건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간 여행의 설정과 스릴러가 결합해 독특한 재미를 준다.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로 스릴러 장르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배우 손현주가 또다시 스릴러에 도전했다.
◇공포 스릴러 장인들의 귀환=외화에서는 공포 스릴러로 명성이 높은 영화 장인들의 복귀작들이 눈에 띈다.
15일 개봉하는 '더 비지트'는 영화 '식스 센스'로 세계 영화팬들을 놀라게 했던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이다. 오랜만에 자신의 주특기인 공포 스릴러를 선보이며 북미 개봉 후 제작비의 11배 넘게 벌어들이는 등 호평을 받는 중. 십 대 남매가 외조부모와 연락이 닿아 이들이 사는 시골 농장으로 처음 놀러 가게 되는데, 다정다감하던 두 사람이 밤이 되자 이상해진다는 게 주요 줄거리다.
같은 날 니콜 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로 유명세를 탄 '스페인의 히치콕'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신작 '리그레션'도 개봉한다. 한 소녀가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했다며 아버지를 고발하는데 아버지는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최면 수사가 사용되고, 지역 사회에 열병처럼 번지던 악마 숭배 의식 등이 배후로 지목되며 사건은 점점 더 불길한 기운을 풍긴다. 엠마 왓슨의 출연으로 주목받았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제공=각 수입사·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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