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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무엇을 위한 예술교육인가-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아이가 예술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미술이나 음악교육은 유익하다고 우리는 믿는다. 예술의 문법과 지식·소통법을 익혀 그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판단이 거기에 전제돼 있다.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책정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산은 설립 당시 88억원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1,200여억원이 됐다. 예술이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국민 누구에게나 매력적이고 도전해볼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예술교육 현장이 늘어나면서 이를 필요로 하는 이유도 다양해졌다. 창의력과 자존감을 증진하고 인성교육에 이바지한다거나 융합교육을 통해 타 교과의 지식을 흥미롭게 익히기에 좋은 도구라는 것에서부터 나아가, 폭력이나 사고에 의한 심리적 외상의 치유, 장애아의 치료에 예술교육이 유용하다는 이유도 최근에는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교육의 실행 전후를 비교해 대상의 창의성이나 인성적인 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폭력성 또는 심리적 상처는 개선됐는지 등에 대한 효과성을 관찰한 결과가 교육적 성패의 증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교육자와 정책입안자들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러한 교육의 효과를 널리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를 잠시 되돌아보게 하는 말을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시앙세예술센터의 디렉터 마리트 울번드로부터 들었다. 노르웨이 정부의 유명한 학교예술교육 정책 '문화배낭'의 수행기관으로서 학교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활동해 온 시앙세의 경험과 노하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는 "예술을 일반교육과 치료의 도구로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교육과 치료라는 학교나 병원의 목표가 아니라 예술교육은 깊이 있는 예술체험의 구현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가 파생하는 효과가 제대로 나오려면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와도 통하는 말이었다.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는 데 예술교육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틀리지는 않지만 "창의력 요소와 인성적 요소, 이렇게" "예술요소와 인문요소, 이렇게"라며 조제한 약처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교육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걱정스럽던 차에 무척 반가운 말이었다. 학생과 노인, 복지관 아동과 장애인, 군인, 교정시설의 수감자 등 다양한 국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은 인재양성이나 치유의 목적이 아니라 누구나가 예술적 경험의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 때문에 고안돼야 한다. 효과가 아니라 인권, 예술교육 정책사업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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