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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경매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호황세를 되찾고 있다.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대표 이옥경)과 K옥션(대표 이상규)이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에 250억원 어치 미술품을 내놓는다.
K옥션은 15일 여는 겨울경매에 총 189점 약 117억원어치의 작품을, 서울옥션은 다음날인 16일 경매에 198점 130억원어치를 출품한다. 추정가 규모는 양사 모두 2009년 이후 최대치다.
단색화 열풍과 홍콩발 훈풍으로 미술시장이 달궈진 가운데 이번 겨울경매에서는 고미술분야에서 '최고가 경신'이 기대되고 있다.
서울옥션이 추정가 40억원에서 최고 150억원에 출품한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은 높이가 959㎝에 이르는 대작이다. 매달 괘(掛) 자를 쓰는 '괘불탱'이란 야외 법회 때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커다랗게 제작한 부처 그림. 화려한 장식의 보관(寶冠)을 쓴 보살형 석가모니불이 10m에 육박하는 화면을 꽉 채우고 있으며, 영조 1년(1725년) 5월에 조성됐음이 확인돼 18세기 괘불의 기준작이 될 만한 국가지정 문화재다. 도굴당한 불교문화재를 은닉한 혐의로 최근 유죄 선고를 받은 사립박물관 관장이 소장했던 유물로, 쉽사리 나오기 힘든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기존 고미술 최고가 기록은 2012년 K옥션 경매에서 34억원에 낙찰된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이 갖고 있다.
한국 단색화를 이끈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국내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쓴 김환기의 작품도 눈여겨 봐야 한다. K옥션은 김환기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1940년대작 '섬이야기'를 시작가 16억원에 내놓았다. 지난 2013년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70만달러(약 8억2,000만원)에 낙찰된 적 있는 작품이 2년 여 만에 두 배로 몸값을 높였다. 김환기는 최근 단색화 열풍에 앞서 꾸준히 국내외 소장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데다, 작가의 고향인 신안 가좌도를 소재로 한 김환기식 '서정적 추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희귀작인 일본 유학시절 작품이라 가치있다. 서울옥션은 김환기의 뉴욕시대 대표작인 1968년작 '아침의 메아리'를 추정가 3억~4억원에 선보인다.
최근 작고한 천경자의 '테레사 수녀'가 추정가 8억~12억원에 서울옥션 경매에 오른다. 지난 2007년 9월 경매에서 유찰됐던 작품이 시장 회복에 힘입어 다시 나왔다. 천경자의 여인상 중 유일한 종교적 색채를 띤 작품으로 정면을 응시한 어두운 색조의 수녀 곁에 나비와 꽃들이 조화를 이룬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박수근의 1964년작 '모자'는 호른 연주자인 매트 유탈이 그해 아시아 투어 중 한국을 방문했다가 구입해 소장한 작품으로 국내에는 처음으로 K옥션 경매에서 공개된다. 전형적인 박수근 화풍으로 추정가는 6억~10억원이다.
단색화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포스트 단색화'를 이어갈 한국미술의 작가군을 모색하는 시장 수요를 반영한 듯 서울옥션은 민중미술을 별도섹션으로 기획했다. 민중미술은 1970년대 단색조 회화와 달리 1980년대 리얼리즘을 표현한 참여적 성향의 작품으로 오윤, 신학철, 권순철, 황재형, 강요배, 임옥상, 이종구 등이 포함된다.
경매 출품작은 K옥션 강남 신사동 전시장과 서울옥션 평창동 본사 스페이스에서 각각 15일까지 미리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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