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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사평가제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사평가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조사 단계부터 기소·공판까지 검사의 업무수행 과정을 피의자의 변호사가 평가해 검찰 안팎에 우수 검사 이름과 하위 검사의 사례 등 결과를 밝히겠다는 것이 골자다. 평가 항목도 윤리성과 인권 의식, 정치적 중립성, 직무 신속성, 심지어 설득력과 융통성까지 망라한다.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사건을 몇 년씩 묵히면서 기록 열람도 못하게 하는 수사 행태를 막을 수 있게 됐다"며 '대환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꼭꼭 숨겨진 검찰의 수사 관행, 이 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강압수사, 인권유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평가제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평가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피의자에게 선임된 변호사가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를 평가한다는 전제부터 공정함을 잃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평가 자체가 검찰에 대한 또 다른 불공정한 외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평가제 어떻게 봐야 할까. 서울경제신문이 제도 도입을 바라보는 두 시각을 담았다.

찬성-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변호사

檢 강압수사·월권 행위 방지에 큰 도움

● 6년간 검찰 수사대상자 79명 목숨 끊어

● 자백보다 증거 위주 기소 체계 확립

● 담당 변호사, 검사 자질 가장 잘 알아


결론부터 말하면 검사평가제는 우리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휴머니즘 검사, 법과 절차를 준수하면서도 면도날같이 날카롭게 사건을 파고들어 기어이 실체진실을 밝혀내는 유능한 검사들이 '우수 검사'로 선정돼 법조계의 신망을 얻고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반면 정권이나 윗선의 눈치를 살피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거나 사익에 눈멀어 검찰의 생명인 공정성을 내팽개치는 검사, 국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위임받은 권한을 마치 원래 자신이 갖고 있던 천부의 권한인 것처럼 목에 힘을 주며 거들먹거리는 검사는 국민의 지탄을 받고 결국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검찰과 검사들이 언제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계명은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권한을 아주 엄숙하게 행사해야 한다. 검찰은 자백 위주의 수사를 지양하고 증거에 의한 수사를 하되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경우 과감히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 편견적 사고나 잘못된 정의관에 사로잡혀 오기를 부리는 수사는 결국 인권침해 수사, 불공정한 수사, 자의적 기소 등으로 이어져 검사 개인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를 욕보인다.

검사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어쩌면 일생 가장 취약한 처지에 있는 피의자를 억압해 또 다른 피해자, 특히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를 만든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권침해가 아니라 가장 비열한 형태의 인권유린이 된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고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피의자나 참고인이 자살한 건수가 전국적으로 36명에 달하고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전국 검찰청에서 수사 대상자 7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검찰의 통렬한 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사실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자백에 대한 회유와 협박, 사건과 관계없는 개인적 약점 들추기, 갑작스러운 별건 수사로의 전환 등 피의자의 인격을 무시하고 법이 보장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 특히 헌법이 보장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의자의 권리마저 교묘한 방법으로 방해하는 행위 등 안하무인적 행태를 보이며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검사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으로 위와 같은 잘못된 검찰권 행사가 제대로 견제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전격 도입한 검사평가제는 수사 도중 일어나는 검사의 강압적 행동이나 월권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사나 기소가 평가받는 상황에서 검사가 부적법하거나 부당한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검사평가제는 해당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직접 목격한 경험을 토대로 해당 검사의 인권의식, 적법 절차 준수 여부, 업무처리 능력, 검사로의 자질 등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사법 영역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이라 여겨지던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검사와 반대편의 이해관계를 가진 변호사들이 과연 검사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검사평가제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수사 및 공판 과정에 직접 관여한 변호사들이다. 사건을 직접 담당한 변호사들은 해당 검사의 인권의식, 업무처리 능력, 절차 준수 여부, 검사로의 자질 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또 이번에 발표된 검사평가 기준 등 자료들을 보면 변협이 그동안 상당한 준비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일선 변호사나 국민들이 우호적 의견을 내고 있는 것도 검사평가제의 조기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검사평가제는 피의자 인권 보호 및 변호인의 변론권이라는 헌법상의 제 원칙과 직결되는 것으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다. 하늘 아래 인간 자체보다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검찰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되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이유로도 피의자나 참고인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검사평가제의 존재 이유고 검사평가제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 이찬희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공정성 담보 안돼 검찰 독립성만 훼손

● 대립당사자가 평가, 주관 개입 배제 못해

● 참여율 저조한 경우엔 평가 신뢰도 떨어져

● 변협 인권위원회 활용 대안이 더 적합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사평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변협 입장은 검찰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호사로 피의자나 참고인 조사 과정에 참여하거나 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필자는 정말 권위적이고 강압적이어서 인권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검사를 만난 경험이 있다. 그동안 검찰권 남용과 인권침해에 불만을 가져온 국민들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너뜨리는 데 검사평가제가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 것 같다.

그러나 검사평가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고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제도가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자.

첫째, 검사평가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검사평가제는 법관평가제와 다른 측면이 있다. 법관은 심판자의 지위에서 소송을 진행한다. 따라서 심판의 공정성과 적절성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사는 심판자가 아니라 대립당사자의 지위에 있다. 이는 민사소송에서 변호사가 상대방 변호사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 만일 인권이나 변론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 요청 등 근본적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대립당사자인 검사를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검사평가제 항목을 살펴보면 검사의 업무처리 능력, 검사로의 자질 등과 같이 다소 주관적인 항목이 있는데 결과에 불만이 있는 변호사나 당사자의 주관이 개입돼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위험성이 높다.

둘째, 검찰권의 독립성에 대한 외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검찰에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거악(巨惡)에 맞서 사회정의를 실현해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 정치적·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이런 민감한 사건일수록 검찰권은 어느 쪽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 그런데 자신과 신념이 다르다고 검사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인사에까지 반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셋째, 저조한 참여율로 평가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도입된 법관평가제는 현재까지 응답률이 8%에도 못 미쳐 변호사들의 미흡한 참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수사 과정에 입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법관평가제 시행 경험에 비춰볼 때 검사평가에 얼마나 많은 변호사가 참여할지 의문이다. 결국 소수의 응답으로 신뢰도가 낮은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넷째, 검사평가제만이 검찰권 남용과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검사평가제를 도입해 시정하려는 문제점들은 현행 제도를 제대로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변협 인권위원회 산하에는 법원·검찰·경찰 등에 의해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제도개선책을 마련하는 사법인권소위원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아직도 강압적 수사방식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검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담당 변호사를 통해 변협에 신고가 접수되면 인권위원회나 사법인권소위원회에서 진상을 조사한 후 변협 차원에서 검찰에 문제를 제기하고 검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시정되지 않는다면 법률적으로 가능한 다른 방법을 동원해 해결하는 것이 법률가단체인 변협에 훨씬 어울리는 해결방법이다.

변협은 법원평가제에 이어 검찰평가제를 도입하고 앞으로 국회의원평가제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변협 주장대로 권력 기관에 대한 통제와 인권침해 방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평가라는 방법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검찰수사관·경찰·교정공무원 등 평가해야 할 대상이 넘쳐난다. 과유불급이다.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검사평가제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댓글 중 가장 시리도록 가슴에 와 닿은 것은 변호사 본인들은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에 대한 것부터 먼저 해결하고 남을 평가하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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