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자금이 빠져나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내 외환자금 엑소더스가 이달까지 이어지며 위안화 가치는 8일 역내시장에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기둔화를 우려한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중국 당국이 보유외환을 투입해 위안화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외환자금 유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나닷컴 등 중국 언론과 미국 CNBC방송은 이날 캐피털이코노믹스를 인용해 지난달 중국에서 1,130억달러(약 133조원)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CNBC는 "지난 11월 중국에서 유출된 외환자금 규모는 전달(370억달러)의 3배에 이른다"며 "중국의 외환자금 이탈액 추정치는 정확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기관별로 차이가 크지만 지난달 유출된 외환자금은 사상 최고 규모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전날 중국 인민은행은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872억달러 감소한 3조4,383억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2013년 2월 기록한 3조3,950억달러 이후 최저치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10월 6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였으나 11월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외환보유액 중 300억달러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나머지 570억달러는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인민은행의 매도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외환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위안화 가치도 4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했다. 8일 중국외환교역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달러 대비 위안화의 역내환율은 전날보다 0.0097위안 오른 6.4179위안(위안화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위안화 환율은 2011년 8월11일(6.3937위안)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13개월째 이어진 수출증가 감소세도 위안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중국 세관은 중국의 위안화 기준 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7%, 수입은 5.6% 각각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11월 수출이 2.9%, 수입은 11.3% 줄어 무역수지가 4,075억위안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수출감소가 위안화 가치를 낮추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추가 통화완화 정책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딩슈앙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을 원치 않겠지만 자본유출이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은 꾸준히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쿼리증권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과도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말 3조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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