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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산책] '테러 온상' 말리 팀북투의 비극

14~15세기 阿문화·과학 중심지… 佛식민지배 67년간 문화 말살



11·13 파리 테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부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의 한 호텔에서 또다시 끔찍한 테러가 발생해 지구촌은 전례 없는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테러를 저지른 배후 조직으로는 팀북투를 중심으로 알제리 남부와 말리 북부의 사하라 사막을 무대로 활동하는 알무라비툰이 지목됐다. 원래 알카에다의 지부로 출발했으나 지난 5월 이슬람국가(IS)에 충성맹세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말리 북부 팀북투가 테러의 온상이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팀북투는 15세기경 세계최고수준의 문화와 학문, 과학과 예술을 꽃피웠던 말리왕국의 중심도시였다. 아프리카에도 서구 못지않은 당당한 역사가 있고 고도의 첨단 문화가 살아 숨쉰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도시였다. 니제르 강 북쪽에서 사하라 사막을 오가는 교역거점으로 암염·금·아이보리·다이아몬드 같은 물품과 노예들을 서부아프리카에서 북부 아프리카와 멀리 이집트까지 실어날랐다.

이때 진흙으로 세워진 상코레, 시디야히아, 징가레이버 모스크는 세계 7대 신(新)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찬사를 받았으며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상코레대는 당시 30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아프리카의 지식 산실로서 독특한 진흙건축과 함께 인류문명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말리 왕국의 번성을 보여주는 14세기 만사 무사 왕에 얽힌 일화를 보자. 만사 무사가 1324년 7월 메카로 성지순례를 떠날 때 부인 800명, 노예 1만2,000명, 낙타 100마리를 데리고 갔다고 한다. 가는 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을 나눠주고 귀국하는 길에도 카이로에서 11톤가량의 금을 뿌리는 바람에 카이로의 금값이 12년간 폭락했다고 하니 당시 말리 왕국의 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팀북투가 유럽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1828년 프랑스 탐험가 르네 카이예의 덕택이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유럽 문학에서는 "팀북투에 갔다"는 말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곳, 온갖 값진 희귀품이 넘치는 신비한 곳'이라는 의미로 각인됐다. 말리왕국을 1468년 송가이 왕국이 이어받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급속한 사막화와 사하라 교역권을 둘러싼 부족 간 갈등 끝에 쇠퇴해 급기야 1893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약 67년간의 식민통치 기간 동안 프랑스는 말리의 영혼과 인간성을 가혹하게 억눌렀다. 무엇보다 고유한 아프리카 지식체계를 완전히 와해시켜 버렸다. 이는 고문과 학살, 아프리카 노예장사보다 더 가혹하게 문명에 대한 아픈 상처를 남겼다.



말리 국민 90%가 이슬람을 믿고 있음에도 독립 이후 55년이 지난 지금도 공용어가 프랑스어인 것을 생각하면 문화말살 정책의 정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말리뿐만이 아니라 그 시기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노예나 저급 노동자로 프랑스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프랑스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다시 돌아와 프랑스에 의존하는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됐고 600만명의 아프리카 무슬림들이 그곳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1세대들은 숙명적으로 모욕을 참고 가난을 견디면서 오직 자식들의 성공만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할 줄 알았지만 파리시민으로 자라난 2세, 3세 자식들은 더 이상 아프리카인이 아니었다. 프랑스인들과 똑같이 자유와 민주적 가치, 톨레랑스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했다. 그러나 사회에 진출한 현실은 종교적 차별과 소외,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절감하고 실업자로서 파리 교외의 빈민가에서 배회하며 세상을 뒤집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번 파리 테러를 일으킨 주범들이다. 그 여파는 프랑스 군대가 주둔하는 말리의 팀북투를 자극했고 한때 아프리카의 자랑이자 자존심이었던 팀북투가 IS 테러의 새로운 온상이 돼버린 것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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