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사를 되돌아보면 한국의 지속 성장을 위한 요건과 걷어내야 할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이후 가파른 성장을 보여 온 세계경제가 최근 저성장기로 돌입하면서 자본주의의 정점에 올라선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강좌는 근대 세계경제의 역사를 통해 한국경제가 차근히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해 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6일 오전 10시 서대문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글로벌 경제의 형성과 부(富)의 이동’를 맡은 권홍우(사진)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가 경제사학자 앵거스 메디슨(1926~2010)의 1인당 전 세계 GDP(1년~2000년) 통계추이를 통해 뉴노멀시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하는 전체 강의에 대한 개요를 설명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경제·심리·예술 등으로 교양의 영역을 확장하는 고인돌 강좌의 취지를 담아 경제와 역사를 통해 한국 사회와 경제현황을 진단해 보는 이번 강좌에는 40여명의 지역시민들이 참가했다.
권 선임기자는 세계경제가 20세기에 가파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 출발점을 1942년으로 잡았다. 그해 유럽에서 벌어진 세 가지 사건으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1492년은 동양과 서양의 소득격차가 역전되는 단초가 시작된 시점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감을 잡을 수 있을겁니다. 1월에는 유럽 가톨릭 왕국이 이베리아반도 남부를 차지하고 있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레콘키스타가 단행됐구요, 3월에는 유대인을 추방하는 알함브라 칙령이 조인됩니다. 아울러 10월에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합니다. 이 사건들은 15세기 유럽에서 스페인이 선두주자로 나서게 될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대륙으로 뻗어나갔던 아라곤 왕국과 해상세력을 키워나간 카스티야 왕국이 병립한 중세 에스파니아 왕국이 유럽의 근대를 열어나간 첫 주자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의는 당시 스페인이 아메리카에서 금을 들여오게 된 배경과 유럽에서 선두주자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부를 축적하지 못한 원인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권 선임기자는 “유태인과 아랍인을 모두 내쫓는 바람에 스페인의 농업과 상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젊은세대는 땀 흘려 노동하기 보다는 항해나 전쟁에 몰두해 극심한 물가상승과 과다한 정부지출로 나라 경제가 거덜 날 정도였어요. 1596년에 세계 최초로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나라도 스페인이었습니다.”
강의는 스페인의 풍요를 가져갔던 네델란드의 흥망성쇠, 그리고 위그노 전쟁으로 천혜의 조건을 지니고도 뒤쳐질 수 밖에 없었던 프랑스, 네델란드의 공장으로 출발해 산업혁명을 이뤄낸 영국 등 당시 유럽 주요국가들의 상황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으로 이어졌다. 그는 “근대가 태동했던 15~6세기 서양경제사는 한가지 분명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인간의 탐욕은 경제 활동의 거리를 넓혔지만, 탐욕이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번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관용과 번영의 필요조건은 근로정신”이라고 첫날 강의를 마무리지었다.
이번 강좌는 총 5강으로 구성됐다. 1강. 신대륙 발견과 대항해시대의 개막, 2강. 산업혁명의 전야, 르네상스와 상업·농업혁명, 3강. 자원을 둘러싼 무한경쟁과 1,2차 세계대전, 4강. 기축통화 달러의 지배와 글로벌 금융위기, 5강.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 등을 주제로 5주간 계속된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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