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면적 3.3㎡당 분양가 1,000만원 이하로 부산에서 바닷가를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 서린건설이 지난해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선보인 '송도 서린 엘마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아파트는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발코니를 없애고 통유리를 도입했다. 이밖에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바닥 콘크리트 두께 4㎝ 추가 시공, 에어컨 배관시스템 미리 설치' 등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수익을 낮춰서라도 소비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만족 시키는 상품을 내놓겠다는 디벨로퍼로서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분양 결과도 좋아 계약 기간이 시작되자 1달 내로 완판됐다.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바로 박만일(63·사진) 서린건설 회장이다. 그는 개발철학을 묻는 질문에 "디벨로퍼는 부동산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면 그곳으로 사람들이 이동한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주거와 상업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이다"고 말했다. 송도 서린 아파트에 적용한 '엘마르' 브랜드는 스페인어로 '큰 바다'라는 뜻이다. '송도 서린 엘마르'에는 그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담겨있다.
아파트·상가만 개발? 부지에 가장 적합한 건축물 기획해야
박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디벨로퍼다. 건설업체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1984년으로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관급 공사에서 시작해 상업용 건축물과 오피스텔 등을 거쳐 시공과 시행 경험을 쌓아갔다. 송도 서린 엘마르는 그가 시행한 첫 아파트 사업장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서민 아파트지만 자재·평면과 인테리어가 남부럽지 않은 집을 짓자는 게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1호 엘마르 성공에 힘입어 2호 아파트 시행이 될 258가구 규모의 '좌천동 서린 엘마르'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엘마르 등 그 만의 개발철학이 궁금했다. 사업지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박 회장은 "꼭 아파트여야 하거나 상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쌓인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확보할 부지에 가장 적합한 건축물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획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 회장은 일본 도쿄의 롯본기힐스를 방문했을 때 (디벨로퍼의) 기획력에 인상이 깊었다고 말했다. 롯본기힐스 옥상에 자연 상태와 비슷한 논밭을 조성하고, 방음벽을 폭포처럼 꾸며 놓은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는 "일본의 상업시설 공간 구성과 활용, 프로그램은 대단히 치밀했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디벨로퍼들도 발전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도심 도시재생서 새로운 가치창출 모색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디벨로퍼 정신을 항상 가슴에 새겨두고 있다. 오히려 지금부터 본격적인 디벨로퍼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회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개발업에서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바로 원도심 도시재생. 이 부문에서 디벨로퍼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도시재생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벨로퍼의 역할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는 공공택지 공급이 줄기 때문에 사업하는 입장에서도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며 "도시정비사업, 도시개발사업 등 여러 가지 재생 기법을 통해 디벨로퍼로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원도심 재생에도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에 따르면 원도심의 경우 주택보급률은 수치상 100%를 넘어 섰지만 실제 주거 만족도율은 60% 내외에 머문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도심권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며 "이들이 옮겨오고 싶어 할 만한 견실한 주거 상품을 꾸준히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조권형기자 buzz@sed.co.kr
"부산 개발 축, 서부로 넘어간다" 조권형 기자 |